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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이태선"장마"

기꺼이 나까지 삼켜버리겠다구

네 몸은 벌써 퉁퉁하게 불었잖니

금세 저 마당 끝에서

다른 곳으로 가던 나를

미끈하게 한입에 잡수시지 않았니

자꾸만 눈꺼풀 걷어내던 여자의

종아리 베어 먹지 않았니

치맛자락 거머잡고 허공 속 질퍽거리던

그녀 네가 요기하지 않았니

내 그림자로는 네 배가 차지 않는다구

그럼 어디 한번 잡수어 보시지

몇 천 년 갈증에 시달리는 내 목구멍이

출렁거리는 네 위장을 단번에 마셔버릴 테니

- 이태선 시집 ‘눈사람이 눈사람이 되는 동안’

/서정시학

 




 

여름 장맛비는 거의 한달 이상 쉬지 않고 내린다. 사랑방 낮은 문턱에 걸터앉아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의 리듬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축축하고 끈적한 날들이 지루할 때쯤 어머니가 내온 뽀얀분이 덮인 찐감자를 후후 불며 먹는다. 물 먹은 산천초목은 더욱 푸르러지고 철모르는 아이들은 물 첨벙 동네를 쏘다닌다. 아버지가 우산을 쓰고 물에 잠기는 벼논의 물꼬를 터주러 삽을 들고 나가신다. 잡아먹을 듯 무섭게 불어난 개울물에 아랫마을 누가 휩쓸려 떠내려갔다는 소식과 누군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다는 소식을 갖고 들어오신다. 그래도 비는 쉬지 않고 무섭게 불어난 물은 넘쳐 가재도구까지 덮친다. 어른들 한숨이 깊어진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지 흔히 보던 장마 풍경이 사라졌다. 국지성 집중호우는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해도 장마 절기인데 비는 안 내리고 저수지나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다. 장마는 갈증에 시달리지 않는 모양이다./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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