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등으로 터진다
날갯죽지에 고개를 처박은
간절한 능선,
등은 목보다 길다
새벽달이 올라앉은
서늘한 횃대
누가, 나를
양푼처럼 끌어안고
쌀을 안친다
오래오래 밥이 될
깜깜한 능선
목젖도 아궁이도 많이 부었다
십 리 밖까지 등이 휘도록
싸락눈 털네어내며
닭이 운다
- 심창만 /2003년 봄호/ 문학동네
긴 긴 밤을 지새며오는 새벽은 긴장감이 가득 차 있다. 목 보다 더 긴 닭의 등이 그 과정을 보여준다. 이 긴장감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닭 울음이다. 그러나 닭 울음은 그리 쉽게 터져 나오는 것은 아니다. 깊은 겨울을 건너는 인동초 같은 끈질긴 생명력이 바탕이 되어 닭 울음이 터져 나온다. 닭 울음이 터지면 시인은 공손한 솥이 된다. 밥이 되는 주체보다는 밥을 짓는 솥이 된다. 밥물이 끓어 넘칠 때까지 밥이 뜸 들여질 때까지 불과 쌀의 중간 매개인 솥을 자청한다. 이것은 밥 퍼주는 마음과 같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십 리 밖까지 등이 휘도록 울어주는 닭은 시인에게 보내주는 갈채이다. 응원이다. 닭은 새벽의 찬란함을 아침이 희망적임을 깊게 각인 시켜 준다. 나도 볏 붉은 수탁으로 횃대에 올라 개벽이 오도록 홰를 치고 싶다. 이것은 암울한 한 시대를 사정없이 털어대려는 모두가 가지고 싶은 몸부림 일 것이다. /김왕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