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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김광규"생각과 사이"

 

시인은 오로지 시만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하고

법관은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고

군인은 오로지 전쟁만을 생각하고

기사는 오로지 공장만을 생각하고

농민은 오로지 농사만을 생각하고

관리는 오로지 관청만을 생각하고

학자는 오로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노동과 법의 사이

법과 전쟁의 사이

전쟁과 공장의 사이

공장과 농사의 사이

농사와 관청의 사이

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형무소와

폐허와

공해와

농약과

억압과

통계가



남을 뿐이다

- 김광규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1994 /문학과 지성사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데 필요한 것이 정치와 경제와 노동과 법과 군대와 공장과 논밭과 관공서와 학문뿐인 나라, 그러니까 문학을 비롯하여 현실적 쓸모와는 거리가 먼 예술의 총칭으로서의 ‘시’가 없는 나라에는 여행가고 싶지 않을 겁니다. 유용과 효율과 질서, 순수라는 낱말들이 포함하고 있는 폭력을 상상하지 못하는, 못하게 통제하는, 그래서 자유롭고 엉뚱하게 상상하기를 무서워하는 이들이 사는 곳에서 초대장을 가장한 회유의 편지를 보내온다면 사양하겠습니다. 아파하고 있는 힘없는 것들과 함께 지내며, 저도 앓고 말겠습니다. /이진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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