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 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 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 문태준 시집 ‘맨발’ / 2004년 / 창비
숨이 꺽꺽 막혀 숨을 쉬는지 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숨을 쉰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도 고된 일인지 실감한다. 내가 한 번 숨 쉬는 사이 생명 하나가 사라지고 태어난다.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도 한 호흡이고 ‘아버지’의 ‘홍역 같은 삶’도 깊디깊은 한 호흡이다. 하나의 별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도, 우주가 생성되고 소멸돼 가는 것도……. 지금 이 순간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우주적 시간 속에서는 찰나에 불과한 것이라 생각하면 한 발 뒤로 물러 날 여유가 생긴다. 한 호흡 한 호흡 몸을 의식하면서 깊게 숨을 쉬어본다. /박설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