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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박홍점시인"내 애인은 왼손잡이"

저도 모르게 왼손이 편하고 좋아

왼손으로 밥 먹고 글씨를 쓰다가

오른손은 늘 바르고 옳으니

오른손만 사용하라며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사랑의 회초리 맞고 자란

내 귀여운 왼손잡이 애인은 이제

왼손 오른손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양손잡이가 되어 있지요

왼손은 부정하다고, 틀렸다고

오른손만 고집하다가

왼손을 거의 쓸 수 없는 나보다

훨씬 두 손이 자유로운 사람이.

- 임동확 시집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2005년/실천문학사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읽는다. “왼손은 부정하다고, 틀렸다”고 왜 오른손만을 고집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오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때로는 어떤 詩 한 편 때문에 주변의 풍경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지리산 아래 하루에 두세 번 버스가 지나가는 간이 정류소에서 백발의 노인이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있었다. 오른손잡이인 내 눈에는 그리듯 이어지는 그녀의 손놀림이 어설퍼 보였지만 받아든 차표에 씌어진 글씨는 놀랍게도 달필이었다. 왼손으로 꾹꾹 눌러서 날짜와 시간 좌석번호까지 적어놓은 차표는 오래된 유물을 만난 듯 반가웠다. 그런데 잠깐, 노인의 오른손에 눈이 멎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오른손에는 뒤집은 고무장갑이 끼어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었지만 본래 왼손잡이가 아닌, 살다가 왼손잡이가 된 것이었다. 잃어버린 오른손을 조금이나마 감춰 보려고 궁여지책으로 빨간 고무장갑을 뒤집어 낀 것. 오른손잡이가 별안간 왼손잡이가 돼 달필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속으로 가늠해 보았다. 그녀가 오른손 왼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양손잡이였다면 보는 사람의 눈길이 그리 오래 머물렀을까? 모든 상처 뒤에는 꽃이 핀다. /박홍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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