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초록빛 혀가
날름날름 햇살 받아먹는다.
오래전에 죽은 너도 마른 혀 꺼내
살금살금 바람 핥는다.
휘둥그레진 시간이 경계를 허물고
재잘재잘 대숲 흔들며 지나간다.
액자 속 아버지가 졸음을 못 이기고
기우뚱, 청명 쪽으로 몸 기울이신다.
- 정우영 시집 ‘살구꽃 그림자’ /실천문학사
정 시인은 위암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 하지만 언제나 늘 옛 모습 그대로 청청하다. 곡절을 모르는 사람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그 속내가 늘 마음 아프다. 아버지를 그리며 평소에는 눈길을 주지 않던 영정에 자신의 생애를 비추어 보았을까 시인도 사람인지라 영정을 바라보는 그이의 눈망울이 뜨겁게 전해온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