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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최기순시인"기타소리 피는 봄"

줄무늬 고양이 그림자가 한 번 크게 흔들리더니

봄은 화들짝 피어난다

어떤 꽃은 바람에 실컷 혼난 것처럼 피어난다

치렁치렁 머리 기른 내 아들 기타쟁이

꽃피기 전에 기타치고

꽃 다 지고 난 다음에도 기타치고

내가 울기 전에 기타치고

나 다 울고 난 다음에도 기타치고

제 아버지 혼내기 전에도 기타치고

혼 다 나고 나서도 기타치고

바람 깨어 일어날 때 기타치고

바람 다 잠들고 나서도 기타치고



비 그친 봄길, 이쪽 끝에서는 기타소리 피고

저쪽 끝에서는 기타소리 지고

기타소리와 고양이 그림자 사이

가릉가릉 흔들리는 줄무늬

- 박유라 시집 ‘푸른 책’ /2005년/현대시

 

 

 

일상은 우리 앞에 봄이 오는지 봄이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가지요. 고양이 한 마리 기지개를 켰던가요? 잠시 흔들리는 줄무늬 속에 화들짝 봄이 깨어났나 보네요. 봄이라고는 해도 꽃샘바람은 날을 세워 기승을 부리고 툭하면 하늘과 땅을 뒤덮는 황사에 꽃들도 기죽어 피기 십상이지요. 치렁치렁 머리 기른 기타쟁이 아들은 연습에 연습을 더하느라 온종일 기타를 치겠지요. 기타소리 딩동 거리는 사이 내가 울고 또 울음을 그치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혼나고, 혼난 후 또다시 이어지는 기타소리... 무심코 바라보는 고양이 가릉가릉 흔들리는 줄무늬, 봄은 또 그렇게 속절없이 왔다가 가겠지요. /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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