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밤낮없이 작열한다 해도
바닥이 없으면 생기지 않았을 그림자
초봄 비린 구름이 우금치 한낮을 훑어간다
가죽을 얻지 못해 몸이 자유로운 저 구름
몸을 얻지 못해 영혼이 자유로운 그림자
해방을 포기한 시대의 쓸쓸한 밥때가
사랑을 포기한 사람의 눈으로 들어온다
신용목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한다/문학과지성사
바닥이 없으면 생기지 않았을 그림자라니 시인은 이 시대를 바닥으로 이미 설정하고 있다. 이어 등장하는 우금치 마루, 왜 우금치일까 하필이면 백 년 전 그곳을 이야기 했을까 해방을 포기한 시대의 쓸쓸한 밥때인 여기서 우리는 정녕 사랑을 포기해야만 할 것인가 시인은 우리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 무어라 답할 것인가 정녕 희망에 대해 우리는 무어라 말 할 수 있는가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