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새 쇠슬쇠슬 어린 새 달고 뜨네
볏논에 떨어진 저녁밥 얻어먹고
서녘 하늘 둥지 속을 기러기떼 가네
가다 말까 울다 말까 이따금씩 울고
울다가 잠이 와 멀다고 또 우네
어미 새 아비 새 어린 새 달고 가네
-서정춘/시평/2003년 봄호
가족의 풍경이란 이렇다. 어린 것들 쇠슬쇠슬 달고 세상을 헤쳐 가는 것이다. 저녁밥을 먹고 옹기종기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아슬아슬 세상을 건너가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서녘 하늘마저 둥지로 삼은 작은 새나 포부 가 큰 새의 행보를 읽을 수 있으나 쇠슬쇠슬이란 말과 서녘 하늘 둥지라는 큰 말이 어울려 묘한 긴장감과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숱한 망설임과 갈등을 건너서 가고자 하는 곳으로 끝없이 나래처가는 가족의 따뜻함과 함께 삶의 진한 비린내를 맡을 수 있다. 우리도 숱하게 보채는 세월과 가족과 아내를 거느린 가장으로 또는 어미로 새끼를 들쳐 엎은 거미처럼 세상을 건너고 있다. 현실이란 징검다리를 하나 둘 건너가다 보면 행복이란 집에서 켠 환한 저녁 불빛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우리도 가자 쇠슬쇠슬 어린 꿈을 달고 쇠슬쇠슬 어린 것을 달고 밤 같은 세월을 지나 새벽 같은 내일로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