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8.1℃
  • 서울 23.3℃
  • 대전 26.6℃
  • 흐림대구 29.1℃
  • 구름많음울산 28.2℃
  • 광주 26.2℃
  • 박무부산 25.2℃
  • 흐림고창 24.9℃
  • 흐림제주 31.6℃
  • 흐림강화 23.7℃
  • 흐림보은 25.7℃
  • 흐림금산 26.8℃
  • 흐림강진군 26.4℃
  • 흐림경주시 29.8℃
  • 흐림거제 26.3℃
기상청 제공

[아침 詩산책]김윤환 시인"뿌리의 힘"

나를 자르지 말라

네 칼이 먼저 상하리라

나는 뿌리가 있어

내 몸을 계속 키울 수 있나니

시간이 우리의 승패를 결정하리라



나를 밟지 말라

네 구두가 먼저 닳아 없어지리라

나는 뿌리가 있어

같은 몸 계속 밀어 올릴 수 있나니

네 무릎이 먼저 꺾이리라



나는 뿌리의 힘으로

겨울 나고 꽃 피우고

타는 가뭄에 견디며 대지를 붙들고 있나니

내 억센 뿌리의 손아귀에

네 뼈가 먼저 부러지리라.

- 공광규 시집 ‘지독한 불륜’/1996년/실천문학사



 

 

 

우리는 근원(根源), 혹은 근본(根本)이라는 말을 ‘뿌리’라고 읽는다. 시인이 말하는 뿌리가 민초로서 풀뿌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겨레의 뿌리로서 민중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근원, 즉 본질의 훼손에 대한 뿌리의 경고를 노래하고 있다. 이 시대는 근원의 위기, 뿌리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백성천하지대본이 훼손되고, 효백행지본(孝百行之本)이 잘려나가고, 정치의 근원은 백성안위(百姓安慰)가 그 뿌리가 될 터인데, 권력자들의 궤변으로 위협을 당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의 시대인 셈이다. 하늘이 예(禮)의 근본인데 어느 때부터 사람들은 하늘의 뜻(公義)보다 땅의 소산(所産)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나무는 잘린 가지 때문에 의해 그냥 죽지 않는다. 오래된 나무는 오래된 뿌리로 산다. 시대가 혼탁할수록 뿌리의 힘을 믿는다. 이 땅의 임한 하늘의 뜻 그 본질을 바라보게 된다. 생명의 이치로서 뿌리를 바라볼 때 마다 이 시는 독자에게 힘을 불끈 불어넣어 준다. 마치 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래로부터 뿌리의 당당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김윤환 시인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