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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형상기억

 

펄펄 끓인 물 부은 컵라면 위에

젓가락 올려져 있다

손끝에 치인 젓가락 가벼운 용기

뒤집어엎는다

치마 위로

건더기 쏟아진다

국물 맨살 타고 흐른다

샅을 거쳐 허벅지 타고 흐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앞에



오오,

오래된 연인의 모습이 떠오르다니!

- 현대시세계 시인선 백미아 시집 ‘물구나무’/북인

/백미아



 

 

 

컵라면을 엎지른 에피소드와 헤어진 연인을 오버랩시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고 개인적 기억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어떤 사건에서 불현 듯 떠오르는 어떤 기억은 신비롭다. 그러나 미뤄 짐작할 수는 있으리라.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을 마주했을 때 우리들이 겪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일. 애인으로부터 컵라면 엎지르듯 예기치 않은 이별을 통보받은 기억이 있었거나 아니면 예쁜 모습만을 보이고 싶은 애인 앞에서 라면국물이 ‘샅을 거쳐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황당한 일을 겪었는지 모를 일이다. 뜨거움은 뜨거움대로, 갈아입을 옷도 없는 그런 사건은 두고두고 기억된다. 절대 구부러지지 않는 선명한 기억이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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