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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조길성 시인"아무도 몰래"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을 만지고 싶네

빛을 향하여 오르는 따뜻한 그 상승의 감촉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의 문을 열어보고 싶네



문안에 피어 있을 붉은 볼 파르르 떠는 파초의 떨림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에 별똥별 하나 던져 넣고 싶네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추락의 별똥별을, 추락의 상승이라든가 추락의 불멸을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떨리는 추락의 눈썹에 빗방울 하나 매달고 싶네

그 빗방울 스러질 무렵이면

돌아오는 귀이고 싶네

- 강은교 시집 ‘네가 떠난 후에 너를 얻었다’ /2011년/서정시학

 

 

 

이슬비가 내렸나보다. 마당에는 파초 잎이 가늘게 떨고 있다. 시인은 그 가녀린 떨림 속에서 우주의 심연을 본다. 떨림 속에 별똥별을 던져 넣고서 추락의 상승이거나 나아가 불멸에 관해까지 시야가 넓어진다.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화학물질이나 원소들이 우주를 이루는 원소들과 동일하다고, 그래서 우리가 우주라는 발견을 그 가녀린 떨림에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삶은 계속돼야 하기에 그 빗방울 스러질 무렵이면 귀를 살며시 닫겠다고 말한다. 그 고요 속 떨림 속에 나도 귀 기울이고 싶다. /조길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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