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전통시장(재래시장) 어디에서나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온누리 상품권’이 엉뚱하게도 전통시장이 아닌 일부 중소형 마트나 대형유통센터 등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 정작 전통시장 살리기나 지역경제 활성화의 당초 취지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을 비롯한 J마트 등 중소형 마트까지 나서 현금처럼 물품구입 비용으로 사용되는데다 마케팅용 전단지에 ‘온누리 상품권을 받습니다’라는 광고문구까지 게재하거나 아예 전통시장의 일부 상인들과 상품권과 현금을 맞바꾸는 ‘돈세탁’ 용도의 불법 뒷거래까지 성행하고 있다.
13일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 도내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7월부터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은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의 이용이나 환전이 편리한 ‘온누리 상품권’을 전국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온누리 상품권’은 골목상권까지 진출한 대형마트의 공세 속에 고사 위기를 맞고 있는 전통시장의 수요 진작과 동시에 상품권의 발행·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효율적 관리가 이뤄지도록 전통시장을 이용가맹점으로 정해 유통되고 있다.
이에 전국 모든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가맹점 등록신청을 받아 현재 도내에는 94개의 재래시장 중 가맹점포는 1만7천800여개가 등록돼 있다. 현재로썬 가맹점포 외에는 사용할 수 없어 제한적인 사용처에 대한 이용불만도 적지 않다.
더구나 전통시장 살리기 차원에서 범정부 차원의 1기관1시장 자매결연을 비롯, 추석을 앞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선물용 및 특별보너스로 지급하는 등 올 8월까지 도내 상품권 판매액도 238억여원 규모에 달해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하지만 ‘온누리 상품권’이 마트나 대형유통센터 등에서도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어 전통시장 활성화를 꿈꾸는 상인들을 우롱하고 있다.
실제 수원·화성지역 10여곳의 마트를 무작위로 선정해 확인한 결과 8곳 이상이 이용 가맹점이 아닌데도 ‘온누리 상품권’으로 물품구매가 가능했다.
화성 동탄의 한 마트에 전단지에는 아예 ‘온누리 상품권 받습니다’라고 광고하면서 사실상 불법 유통을 유도하고 있다.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10여곳 중 9곳이 ‘온누리 상품권’을 현금처럼 거리낌없이 사용되고 있다.
지동 재래시장에 점포를 운영하는 A씨는 “수 년째 물건을 거래하는 곳에서 어느날 갑자기 ‘온누리 상품권’ 800여장을 현금으로 바꿔간 적도 있다”며 “현재 ‘온누리 상품권’은 일부 상인회가 회수금액의 0.8%를 수수료 명목으로 차감하는 것 말고는 현금과 똑같아 돈세탁이 가장 쉽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온누리 상품권’의 가맹점이 아닌 곳에서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현장 상인과 상인회를 통해 불법으로 반입되는 ‘온누리 상품권’은 사전에 받지 말아달라는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