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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성향숙 시인"얼음 바닥"

오 년째 천정만 보던 분이

일어나 앉아 생일상 드시고

가문들 일견하시고

가셨다



남은 몸을 펼 때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났다

살얼음 걷는 일이구나 사는 일이,

그게 마지막 말이라 했다



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끝은 얼마나 빠르기에

물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나



욕창의 이부자리 쪽은 벌써

바삭하게 말라있다

- 문학의 전당 시인선 김박은경 시집/문학의 전당



 

 

 

죽음을 대면한 사람들은 왜 눈앞에서 빨리 치워버리려고만 할까? 죽음은 삶의 마무리라곤 하지만 또 너무 빨리 잊히는 건 아닐까? ‘남은 몸 펼 때’ 팔다리 안 펴고 죽여도 안 움직이려는 심통(?)을 부리지만 빨리 잊으려는 우리에게 부응하기라도 하듯 따뜻했던 체온은 금세 차디찬 얼음장으로 변하고 부드러운 눈빛, 다정한 말투는 어디로 사라졌나? 산사람들은 죽음을 치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주검을 묻고 오면 아랫목을 차지하던 이부자리도 존재의 허무만큼 누군가 말끔하게 치웠다. 대부분의 죽음은 몇일 내 거의 말끔하게 치워진다. 시인은 인간들의 그런 냉정한 속성을 그리고 싶었나보다. 시인의 따뜻한 감성이 읽혀지는 시(詩)다./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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