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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이진희 시인"평창민박"

고요한 여자는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고



새소리를 잡아먹으며 눈이

내리고



세 개의 발가락은 얼음을

가두고



숲 속에는 누가 사나

검은 발톱 바람



흘러내리는 시간은 시계에



잊어버리는 표정은 벽지에



고독한 여자는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고



윤곽을 지우며 고양이의 눈은

내리고

 

 

 

여자는 잠에서, 고요한 고독에서 그리고 ‘슬픔’에서 언제 깨어날까요? 어느 행에도 슬프다고 쓰지 않았지만, 행간은 여자의 잠이 슬픔으로부터 비롯됐으며, 슬픔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안간힘이라고 간절히 일러주는 듯합니다. 눈은, 소리를 잡아먹으며, 윤곽을 지우며, 슬픈데도 슬프다고 가까운 이에게조차 고백하지 못한 채 홀로 찾아든 어느 머나먼 민박집에서 시간도 표정도 잊고 하염없이 빠져든 여자의 잠처럼, 역시 하염없이 내릴 것 같은데. 여자의 잠이 혹 영원한 잠이 아니기를, 찐득한 슬픔이 말개지도록 자고 난 후에 크게 기지개 켜며 일어난 여자가 온통 흰빛인 바깥으로 걸어 나와 눈 위에 노루처럼 깨끗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바래봅니다. /이진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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