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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김왕노 시인"빗살무늬 상처에 대한 보고서"

아내의 가슴에서

못 자국 두 개와 일곱 개의 선명한 선(線)이

발견되었다

못 자국 두 개의 출처는 내 분명히 알거니

빗살무늬 상처는

진정 알지 못한다

말도 없이 집을 나가 해변에서 보낸

나날들의 기록인가도 생각해 보았다

혹 주막에서 보낸 내 생을

일이 년 단위로 가슴 깊이 간직한 탓이라고도

생각해 본 것이다

매일 매일 생의 싸움터를 헤매인 것은

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왜 저의 가슴에 저토록 선명한 상처의 보고서가 남아 있는가

나 바다에서 죽음을 꿈꾸었을 때

그는 지상에서 죽어갔던 것

/우대식

- 글발 한국시인축구단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췌



 

 

 

한마디로 빗살무늬 상처에 대한 보고서는 처절하다. 어느 시인의 시에서처럼 ‘내가 아프면 먼 어머니도 아프다’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아내는 남자의 생이 고스란히 새겨지는 남편의 아픔마저 고스란히 기록되는 필사본이다. 남편이 아프면 여자의 가슴에는 빗살무늬 하나 깊고 길게 그어져 여자는 피 흘린다. 부부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듯이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이 아프면 같이 아프다. 아니 더 아파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부부란 다른 그루나 결국은 한그루처럼 된 연리목으로 생사와 희로애락을 함께 누리며 공유한다. 누가 어디 있든지 한 사람이 아프면 같이 아픈 것이므로 결국 시인은 나 바다에서 죽음을 꿈꿨을 때 아내는 지상에서 죽어갔던 것이라 말하고 있다. 경남 함양 상림 숲에 가면 지금 꽃 무릇이 군락을 이뤄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숲에는 사랑나무란 연리목이 있다. 느티나무와 개 서어나무와 이룬 천년 사랑이 지금도 푸르다. 아름다웠다. 함께 하므로 천년을 가는 그 연리목처럼 우리도 함께 아파하며 기뻐하며 천년 사랑을 이루며 살아가자. /김왕노 시인

- 글발 한국시인축구단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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