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집 옥상에서 화단을 내려다 본다
크나 작으나 기울지 않는 나무가 없다
사느라 굽고 비틀거리는 것들, 말도 못하고
비에 젖고 바람맞으며 함께 서있다
김정원 시집 ‘환대’/2012년/황금알
조금만 높은 곳에 서보면 서있는 나무, 꽃들도 다 굽고 휘어져 피어 있음을 본다. 사람이 사람보다 높을 수 없는데 때로는 높다는 착각으로 인생들을 내려다보면 그 인생들 한결같이 우중충(愚衆蟲)하다.이 시의 제목이 ‘우중’인데 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는 풍경이라 우중(雨中)이겠지만, 다른 한편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크나 작으나 치우쳐 있고 굽어 있는 군상(群像)들을 가르켜 우중(愚衆)이라 일컬음은 아닌지. 이 시는 하염없이 비 내리는 어느 하오(下午) 옥상에 올라 굽고 비틀린 나무들처럼 비에 젖고 바람을 맞으며 사는 이웃들을 보노라면 그 가운데 엉거주춤 굽은 채 서 있는 자신을 발견케 해주는 연민의 노래다.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