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22.6℃
  • 흐림강릉 29.3℃
  • 서울 23.3℃
  • 흐림대전 27.4℃
  • 흐림대구 28.8℃
  • 흐림울산 27.9℃
  • 흐림광주 27.1℃
  • 흐림부산 25.2℃
  • 흐림고창 28.0℃
  • 흐림제주 31.4℃
  • 흐림강화 23.5℃
  • 흐림보은 26.2℃
  • 흐림금산 27.8℃
  • 흐림강진군 27.4℃
  • 흐림경주시 28.1℃
  • 구름많음거제 26.0℃
기상청 제공

가지 말아야 했던 곳

범접해선 안되었던 숱한 내부들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

더럽혀진 발길이 함부로 밟고 들어가

지나보면 다 바깥이었다



날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내부가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한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그대의 텅빈 바깥에 있다



가을바람 은행잎의 비 맞으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닿아서야

그곳에 단정히 여민 문이 있었음을 안다

 

 

 

생떽쥐페리는 그의 동화 <어린왕자>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타인의 마음 문(門)을 열기 위해 날마다 분주히 살고 있지만 자신의 내부에 지어진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에 들어가 본적이 얼마나 되는가? 어쩌면 더럽혀진 제 발자국으로 인해 자신의 내부가 밖이나 다름없이 황량한 채 먼지 바람만 껴안고 있음을 볼까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내 안에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또 다른 내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아는 날 우리는 세상의 젖은 비를 맞으며 마치 새색시의 단정히 여민 문이 내 안에 깊이 숨어있음을 보게 된다. 은밀하고도 단정한 문(門), 인생들은 언제나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막다른 시간이 돼서야 그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에 젖은 채, 두려움에 젖은 채. /김윤환 시인

- 이영광 시집 ‘직선위에서 떨다’/ 2003년/ 창비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