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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치자꽃 향기

작년 여름에는

아기 주먹만 한 꽃 툭툭 불거져

집안을 채우던 향기

연초에 투가리 같은 아내를 먼저 보내고

하루하루를 치자나무에 걸어두는 노인

살뜰한 남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집요한 눈길 뿌리치지 못해

천길 달려와

해거리 하려다 그만두고 딱 한송이

한평생 무능력을 원망하며

돌아앉아

저 웬수 죽지도 않는다고 푸념하더니

마주보고 앉아 무슨 얘기 나누는 걸까

꽃도 노인도 오금저리는 오후

 

 

 

실체가 없어지면 상징에 연연하게 된다. 투가리 같은 아내와 살뜰치 못한 남편의 부부생활이 어땠을 런지 짐작이 간다. 투박하게 몇 마디 주고받고 밥 먹고 일하고 서로 실없이 상처도(저 웬수 죽지도...) 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생이 다 가도록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막상 아내가 덜컥 돌아가니 마음 둘 곳 없어 그 아내가 물주고 가꾸던 치자꽃 화분에 마음을 걸어두는 노인의 심정이 안타깝게 전해져 온다. 이심전심은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지 않는가 보다. 집요하게 바라보는 남편의 눈길 외면하지 못해 해거리 하려다가 돌아와 딱 한 송이 꽃 피워주는 아내 마음이라니, 글쓴이의 심성이 짐작이 가서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지나간 후에 오금 저리도록 느끼는 사랑이라니. /최기순 시인

- 박홍점 시집 ‘차가운 식사’ /2006년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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