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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은

여전히 대치선 위에서 떨고 있다



밤새 쏟아져내리다

바람에 휩쓸려

꽁꽁 언 채로

새벽의 골목 한구석에 몰려 있는

눈더미 속에 있다



수당 몇푼을 찔러넣고

길 위에 서 본 사람은 알지

허공에 하얗게 얼어붙은 해가

가슴 속에서 어떻게 뜨거워지는지,

골목에서 눈물을 훔치던 길이

어디로 뻗어가는지



지금은 제 죽음의 밑바닥까지

보아버린 어두움이

스스로 피를 흘리는 시간

한줄기 새벽 노을에

길이 대치선 위로 숨을 틔우고 있다

 

 

 

시간의 흔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가 많다. ‘지금’이라는 시간도 이미 ‘과거’로 사라진다. 무수한 망설임과 상처로 얼룩진 ‘길’이라는 시간 속에서 시인은 어둡다. 하루치의 “수당 몇푼”으로 “봉지 김치”에 “라면 밥”을 말아 먹는 가난한 시인의 뒷모습이 떠올려진다. 생존이라는 대치선과의 투쟁에서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 숨을 틔우는 ‘순간’이 온기로 충만했으면 하는 계절이다. 누구나 가슴 따뜻한 나날이었으면 하는 늦가을이다. /권오영 시인

- 박영근 시집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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