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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조현석"사막을 읊다"

다시 돌아가도 될까, 그래도 되나

갈증 심한 먼지의 시간을 걷고

또 걷는다



핏줄 세우고 목청 찢어져 피 쏟으며

울부짖던 청춘의 반인반수 시절

이미 지났다



맨 주먹이라도 움켜쥐지 마라

모래 속으로 스르르 다 묻혀 버리니



딛는 발걸음마다

발목 빠지고, 무릎 꺾이는

언덕에는 애초

희망의 그림자는 없었다



햇살 뜨거울수록 천지

가득 퍼지는 맹독

멀리 달아나려 몸부림칠수록

더 휘감기는 모래의 늪



절대 맨 손 움켜쥐지 마라

살고픈 마음마저

산산이 날아갈 것이니

-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취

 

 

 

진국이란 말이 있다. 조현석의 작가론적 측면에서 대하면 대할수록 인간미가 넘치는 진국이다. 섬세하고 다정하고 남의 뒷걱정까지 다하는 그렇다고 작품론 쪽에서 봐도 진국이다. 그는 서울 출생으로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시집으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 <불법, …체류자> 등 좋은 시집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그런 그의 진솔함이 ‘사막을 읊다’로 잘 나타나고 있다. 자신 앞에 펼쳐진 사막을 거부하거나 사막으로부터 도피도 하지 않는다. 한 때는 짐승같이 피가 뜨거웠던 시절을 보냈지만 그런 상실감이 전신을 휘감아도 그는 사막을 간다. 사막이 가진 온갖 상징과 부정적인 면과 희망이 없더라도 그는 나아간다. 누란이 있든 말든 오아시스가 있든 말든 물 냄새 향기롭게 불어와 코끝을 간질이는 시간이 없더라도 살고픈 마음 하나로 나아간다. 그의 삶이 아름답다. 그와 보폭을 같이하면 끝내 우리는 살아있음이 너무 기뻐 전율하는 곳에 이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살아있자, 그리고 걷자.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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