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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힘센 십 원

 

장롱을 받치던 이삿짐 아저씨가

엄마에게 장판 조각 있느냐고 한다

엄마는 없다고 한다



아저씨는 동생이 들고 있는

빵 저금통을 보시더니

동전 몇 개 달라지만

동생은 아프리카에 보낼 거라고

등 뒤로 숨긴다



엄마가 달래서 얻은 동전 몇 개

장롱의 발밑에 들어간다



십 원은

장롱도 받치고 지구도 받친다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장롱도 받치고 장롱에 작용하는 중력을 견뎌내니 지구도 받친다는 발상이 좋다. 그것도 백 원도 아니고 오백 원도 아닌 십 원짜리가 말이다. 이쯤에서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하월곡동 달동네 허병섭 목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세상이 시끄러운 까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근본인 돈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씀이, 돈을 너무 함부로 대하기 때문에 돈을 학대하기 때문이라는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기 힘든 지경에까지 가보게 만드는 그런 시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를 생각하게 하고 굶주림과 불평등으로 가득한 세상을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십 원은 힘이 세다. /조길성 시인

- 동시집 ‘향기 엘리베이터’/푸른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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