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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함기석"너의 작은 숨소리가"

 

흔든다 아주 작은 먼지 하나를

흔든다 먼지가 앉은 나비 날개를

흔든다 나비가 앉은 꽃잎을

흔든다 꽃이 잠자는 화분을

흔든다 화분이 놓인 탁자를

흔든다 탁자가 놓인 바닥을

흔든다 바닥 아래 지하실을

흔든다 지하실 아래 대지를

흔든다 대지를 둘러싼 지구를

흔든다 지구를 둘러싼 허공을

흔든다 허공을 둘러싼 우주 전체를


 

 

 

호흡이란 말이 있다. 호흡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자신이 호흡을 하고 있는지 호흡을 하고 있기에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자연스러운 호흡이 어떤 것으로 방해를 받았을 때 비로소 절박감과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호흡의 존재가치를 끝없이 인정하게 된다. 작은 숨소리란 바로 호흡의 소리다. 그 호흡하는 숨소리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자 생명의 쳇바퀴를 돌려가는 것이다. 숨소리가 다른 사물의 숨으로 숨소리로 전이된다. 그것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우리가 살아있어야 바로 모든 생명체의 존립이 이어지는 것과 같다. 흔들고 흔들린다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공존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함기석 시인의 정신의 건전함이 드러난다. 귀담아 듣지 않으면 듣지 못할 미세한 숨소리나 우주와 연결하는 끈이고 모든 존재를 가능케 하는 공존케 하는 끈이다. 너의 호흡소리가 나를 일깨우고 내 잠자는 사랑을 일깨우고 그리움을 일깨우고 그러면서 너의 호흡소리는 풀을 흔들어 풀꽃을 피우는 것이다. /김왕노 시인

-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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