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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교통사고

밤길을 달려온 차 앞유리에

반투명 반점들이 다닥다닥

찍혀 있다.

풀벌레들에게 자동차는

총알이었던 것.

주광성의 풀벌레들이

전조등 불빛을 보고

사차선의 사격장 안으로

달려들었던 것.

총알에 맞는 순간

터져버린 체액은 유리창에 남고

거죽은 탄피처럼 튕겨져 나갔던 것.

빛만 보면 들끓던 피

빛을 향해 돌진하던 피는

삶에 대한 애착을

아교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새 육체인 유리창에

힘껏 들러붙어 있다.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밤’과 ‘낮’, ‘야광성’과 ‘주광성’의 대조 사이에는 ‘빛’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빛의 움직임과 동일하게 삶의 속도도 분주하다. ‘불빛’을 보고 달려든 ‘풀벌레’와 상관없이 달려가는 자동차가 오히려 ‘총알’이 되어 돌진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게 치유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히거나 회복할 수 없는 불구로 만드는 일들은 자주 있는 일들이다. ‘유리’의 눈들이 보는 빛의 흔적들을 전리품처럼 “다닥다닥” 붙이고라도 달려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 /권오영 시인

- 시집 ‘껌’/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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