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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전윤호"손톱"

나 같은 얼간이에게

사랑은 손톱과 같아서

너무 자라면 불편해진다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웃자란 손톱이 불편해 화가 난다

제 못난 탓에 괴로운 밤

죄 없는 사람과 이별을 결심한다

손톱 깎기의 단호함처럼

철컥철컥 내 속을 깎는다

아무 데나 버려지는 기억들

나처럼 모자란 놈에게

사랑은 쌀처럼 꼭 필요한 게 아니어서

함부로 잘라버린 후

귀가 먹먹한 슬픔을 느끼고

손바닥 깊숙이 파고드는 아픔을 안다

다시 손톱이 자랄 때가 되면

외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좋은 시로 가끔 가슴을 때리는 전윤호 시인의 ‘손톱’을 읽으면서 사랑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 없이 살 것 같아도 사랑이 없으면 마음이 기형으로 자라고 성장발육이 늦어진다.사랑은 적정수준이라는 말과 과유불급이라는 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나 이것은 사랑이 가까이 있는 사람의 사치라고 말하기도 하리라. 너무 불편해 사랑이라는 손톱을 깎아버리면 손톱이 자랄 때쯤 외롭다고 생각해 손톱이라는 사랑이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의 기쁨이자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비극을 품고 있다. 이루어졌을 때 사랑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 하지만 사랑이 깨졌을 때는 그만큼 또 슬픈 것이 없다. 살아가면서 늘 세 뿌리, 즉 혀뿌리(화근), 손 뿌리(손), 몸 뿌리(남근)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데 늘 이 세 뿌리가 사랑과 함께 하기에 사랑이 그만큼 어렵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사랑만큼 가슴 벅차게 하는 것이 이 세상에 그 무엇이 있으랴?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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