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빗 하나 이민호
어릴 적 외할머니 반짇고리 속에서
유난히 빛나던 참빗 하나
살며시 귀에 대고 고운 빗살 튕기면
또르르 공글려 떨어지던
귀뚜라미 소리에 움찔 뒤돌아본
종로 거리 좌판 한 구석에
저 노파 앙상한 가슴 살
우리말을 이렇게 감칠맛 나게 다루는 시인이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시인이라면 우선 제일 먼저 모국어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생각인데 시인은 우선 모국어에 대한 책임을 넘어 예의를 다하는 모습이 보여 참으로 고맙다. 햇살 반짝이는 이아침에 나도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어린 날이 그 옛날이 쨍쨍 맑은 소리를 하며 들려온다.
출처 시집 <참빗 하나/삶이 보이는 창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