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 대기업에서 어처구니없는 불산·염소 누출사고가 잇따를 정도로 유독물질 관리가 허술,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처벌 법 조항 강화와 함께 유독물질 처리업무의 하청금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하이닉스 청주공장, LG실트론 구미2공장 등은 올해만 2번씩 사고가 발생해 ‘요주의’ 사업장이 됐고, 사고 발생 3시간만에 신고한 삼성전자는 ‘뒷북 보고’라는 비난을 또 다시 자초한 상태다.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반도체생산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CCSS) 탱크룸에서 불산희석액 공급배관 철거작업 중 불산액이 누출돼 작업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1월28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불산이 누출, 배관 교체작업을 하던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또 지난 3월에는 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염소가스 0.17g 누출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엿새 후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감광액(PR) 1ℓ가 누출되기도 했다.
LG실트론 구미2공장 역시 지난 3월 불산, 질산, 초산 등이 섞인 용액이 필터링 용기 덮개의 균열로 수십ℓ 새어나온데 이어 불산, 질산 등이 혼합된 액체가 종이컵 1잔 정도 누출됐다.
더욱이 3개 회사 모두 사고를 쉬쉬하다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익명의 제보, 관계 당국의 추궁에 의해 사고가 밝혀지는 등 사고를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사고 뒤 3시간여 지난 오후 2시35분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경기도 등에 전화로 늑장 신고,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1차적으로 사고가 협력업체 잘못일 수도 있지만 뒤늦은 신고로 지난 달 발표된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공염불’이 될 판이다.
지난 1월 사고 뒤 유독물관리 상시 감시체계 유지를 위해 환경안전관리과를 신설한 경기도는 신설 이틀만에 개선명령 이행여부를 점검하던 현장에서 불산 누출사고를 신고받아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실제 이날 도 직원들은 사업장에 들어선 지 10여분 뒤 신고를 받고 개선명령 이행상황 점검은 커녕 사고 소식을 해당 부서에 보고하기에 바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의 은폐나 늑장신고를 막기 위해 모든 화학물질 사고를 즉시 신고하도록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행법은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가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만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신고여부를 사업장에서 판단하도록 한 부분을 삭제하고 신고 지연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 계획이다.
처벌 강도도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유독물 관리의무 위반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제보 활성화를 위해 환경오염행위 신고포상금을 대폭 올리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다.
조례안은 법원 1심에서 2년이상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선고되는 환경오염행위를 신고하면 3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2년 미만이면 2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광명(민주·화성) 의원은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됐다는 사실이 황당할 뿐”이라며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 2건 모두 하청업체가 작업하다 발생한 만큼 유독물질을 다루는 업무는 하청을 주지말고 직영하도록 법규를 만들어야 사주가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