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이천에서 살아왔지만 이런 재해는 생전 처음 겪어봤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22일부터 내린 폭우로 온통 쑥대밭이 된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의 주민 엄모(65) 씨의 입에서는 연신 한숨이 쏟아졌다.
인접한 여주시의 최대 시우량 114㎜에 버금가는 110㎜의 폭우가 한치 앞도 안보이게 쏟아진 마을은 뒷산에서 수십톤의 토사가 마을을 덮치는 등 피해가 커 23일에도 길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이번 비로 인근 주민 한명이 토사에 묻혀 목숨을 잃는가 하면 인근 대관저수지의 제방 30m 구간이 유실돼 농경지 2.3㏊가 매몰·침수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또 다른 피해에 대한 불안감도 계속되고 있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지는 통에 혹시나 하는 두려움으로 집밖으로 나왔다가 화를 면할 수 있었다”는 엄씨는 “집마당에 50㎝ 가까운 흙이 쌓여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실제 엄씨의 자전거는 흙에 묻혀 안장만 겨우 밖에 나와 있었고, 곳곳에 나뒹구는 가재도구는 어제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복구 지원을 나온 군 장병과 포클레인 등의 중장비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날도 폭우가 계속된 데다 마을 전체 도로는 넘쳐난 계곡물과 토사 탓에 파손된 채로 대부분이 물에 잠겨 통행마저 쉽지 않았다.
옥천저수지의 제방 42m가 완전히 유실된 것은 물론 여의도의 두배가 넘는 농경지 540㏊가 유실되거나 침수된 여주군 역시 산사태 및 교량 유실, 저수지 둑 붕괴 등의 비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폭우로 발생한 도내 피해자는 사망 4명, 이재민 200여명으로 주택침수는 205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관내 비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94억원 상당의 재난기금을 긴급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기상청이 24일까지 100~12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함에 따라 비 피해에 대한 긴장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