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주택이라 함은 단순하게 주거공간의 개념을 넘어 사회·경제적 신분 척도의 의미까지도 내포하고 있으며, 나아가 주택가격의 차이로 인해 유발되는 계층 간 분리와 배제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같이 국내에서 주택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으로 말미암아 새로 출범하는 정부마다 매번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부동산 종합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기치 아래 철도부지와 역세권부지 등 공공용지를 활용한 직주근접의 저렴한 임대주택, 즉 행복주택 공급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이전 정부에서 추진됐던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서 대두된 측면이 적지 않다.
이전 정부와 현 정부의 공공주택정책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필자가 이야기하고픈 것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공공주택정책의 목적은 결국 서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이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와 같은 취지로 지정됐던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기존 공장 또는 거주민 입장에서 보았을 때 혹시나 정책적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피자는 것이다.
서민 주거 및 국내 주택시장의 근본적 안정을 위해 수도권 근교 개발제한구역의 해제와 함께 추진됐던 보금자리주택사업의 특성상 지구 내 입지하는 기존 공장들은 창고·축사·화훼시설 등 영세 중소기업이거나 영업허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무허가 공장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지난 6월 국토교통부에서 우선해제취락지구를 개발예정지구에서 제척하는 방식으로 사업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살펴보자. 이 지구의 경우 기존 거주민들과의 정책적 공감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사업규모가 축소된다면 광명지역 공장 780여곳이 산업단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될 상황에 놓일 것이며, 특히나 당초 이전 대상에 포함됐던 무허가 공장 540여곳은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될 처지라고 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과밀억제권역 내 공업지역의 지정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특례조항에 따라 과밀억제권역 내 공업지역을 지정해 공장과 제조업소를 이전할 수 있도록 지구 내 기존 공장 이전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이는 매우 적정한 제도적 보완책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영세 공장 입주민 등 서민 주거 안정과 관련해 위 규정의 적용으로 인한 정책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을 기존 공장 및 제조업소만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창고시설 또는 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 등으로 과감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고, 수용방식·환지방식 등의 거주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식으로 지구 내 거주민에 대한 배려와 함께 영세 무허가 공장들을 집단화 및 양성화해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등 계속적으로 제도상의 보완을 통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서민 주거 안정 실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