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였더라?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이 낯설어서 한참 만지작거립니다. 명함이든 무엇이든 주고받았으니 저장되었을 게 분명한데, 떠오르는 얼굴이 없어서 답답할 밖에요. 죄송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해서, 몇 번을 속으로 불러 보다 삭제 버튼을 누르고 맙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늘 겪는 일입니다. 젊어서는 전화번호를 적은 조그만 수첩을 정리하였는데, 요즈음은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정리합니다. 굵은 볼펜으로 주욱 선을 그어 지우던 시절에서 슬쩍 삭제 버튼을 누르는 세상으로 변했지만, ‘정리한다’는 본래의 목적에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요즈음 나와 당신이 하는 정리는 방이나 책상을 정돈하는 것이 아닙니다. 쓸거나 털거나 닦아내는 게 아니고, 높낮이를 조절하거나 위치를 바꾸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정리는 묵은 생각을 지우고 고인 시간을 비우는 것입니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서 세상살이에 눌린 어깨를 쉬게 하는 겨울잠 같은 것이랄까요. 묵은 계절을 정리하는 건 사람 아닌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람은 계절의 온도에 따라 낯빛을 바꿉니다. 스치고 지날 때 얼굴을 할퀴는 손톱은 겨울바람의 전유물입니다. 봄도 여름도 가을조차도 겨울바람이 뿜어내는 작별의
“이건 아니다.” 용인특례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보는 민심이다. 반나절 줄서기 끝에 의원 나리(?)들께 정책 사안 설명은 길어야 5분. 무엇을 하는 짓거리인지 욕지기가 시청사에서 의회로 가는 복도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 공직생활 30여 년 생활 동안 무엇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하니 유구무언이다. 공직자들이 ‘대기 얼차려’를 하는 동안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의원실을 나오는 의원 입가에 흘러나오는 미소는 한마디로 “봤지, 나 이런 사람이야”다. 시는 또 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배워도 나쁜 것만 배웠다. 비단, 용인특례시 뿐일까, 이런 현상이. 망조다. 소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로 시작한 지방자치단체 의회는 시작부터 아니올시다였다. 공천을 국회의원들에게 받았으니 종속관계에 다름 아니다. 조선 시대 마름 정도라고나 할까. 완장을 채워주니 죽창을 든 꼴이다. 역사가 말하듯 백성은 안중에도 없다. 유사 이래 예외는 없다. 하여, 살아 있는 자는 슬프다.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각 과별로 필요에 따라서 해당 의원들을 찾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시의원들 모르는 것
최근 우리나라 농업경영 환경은 농업인의 고령화, 농촌인구 감소, 기후변화,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변화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농업인들의 권익 보호에 기여하면서 농업·농촌이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의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법적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중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농업경영체 등록제도는 효율적인 농업정책을 수립하고 투명한 재정 집행을 위해 보조금 등을 지원받으려는 농업인과 농업법인의 경영정보를 등록하는 제도로서, 농업인에게 다양한 혜택과 지원을 제공하고,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이를 통해 농업인들은 정부의 정책 및 지원 프로그램에 효율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보다 나은 환경에서 농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24.2.17.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시행을 통해 농업경영정보의 등록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2024.10.10.일 「농업경영정보 등록기준의 세부 내용 및 운영 규정」(농관원 고시)를 제정·시행하였다. 이는 그동안 행정지침인 「업무편람」으로 운영해 오던
급속한 사회변화와 함께 행정의 수요도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더불어 공직자들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행정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복잡한 행정 상황에서 공무원이 단순히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군민 중심의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적극행정은 군민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적극행정'은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법령이 불명확한 상황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업무를 추진하는 자세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규정이 없어서 어렵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긍정의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다. 즉,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마인드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평군은 민선 8기 들어 적극행정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왔다. 그중 하나인 '적극행정 지원·면책제도'는 공무원둘이 불명확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수 있도록 보호막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선례가 없거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주저 없이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낼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제도 덕분에 공무원들은 책임 문제로 인한 부담을 덜고 군민을 위한 최적의 행정서비스를…
남양주 왕숙지구는 남양주시에 위치한 3기 신도시로 약 6만 6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런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라 주민들의 교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시설이 계획되고 있다. 특히 왕숙지구 내에는 100% 국·공립 유치원 설치와 함께 생활 SOC, 학교, 공원이 결합된 '스쿨파크(School-Park)' 조성이 예정돼 있다. 이런 계획은 분명히 남양주 지역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학교 수만 늘리는 것만으로는 왕숙지구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렵다. 더 나아가 글로벌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공교육 체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이고 다각적인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 왕숙지구에 국제학교를 유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성공 사례로는 안산의 국제학교를 들 수 있다. 안산 국제학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그들만의 특화된 분야에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남양주에서도 해내야 한다. 첫째,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인재를 위한 필수 교육 인프라를 갖출 기회다. 국제학교는 단순한 외국어 교육을 넘어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
가평 자라섬 남도에서 지난9월14일부터 열린 '자라섬 꽃 페스타(가을)'가 10월13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폭염 등으로 걱정이 많았지만 고맙게도 축제기간 동안 22만 7000여 명이 자라섬을 찾아 주셨다. 특히 이번 축제는 지난해 가을 꽃축제보다 기간이 1주일 짧았음에도 방문객 수가 8.3%나 증가했다. 이는 자라섬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관광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어서 보람이 크다. 이번 꽃 페스타 기간동안 자라섬 남도에는 백일홍·구절초·핑크뮬리·팜파스그라스 등 다채로운 가을꽃이 넘실댔고 국화 작품전과 테마공원도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자라섬, 남이섬, 가평마리나를 연결하는 북한강 천년뱃길도 강변의 수려한 경관과 함께 꽃 축제의 매력을 더욱 높였다. 또한 가평레일바이크에서 자라섬 입구까지 전기차가 운행돼 방문객들의 편리한 이동을 도왔다. 이번 자라섬 꽃 페스타는 단순한 관광행사를 넘어 가평군 지역 경제에도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축제기간 동안 직접 경제효과는 총 13억 500만 원으로 집계됐는데 입장료 수입은 6억 7000여만 원, 농산물 판매및 체험부스등 입점 판매액은 6억 3000여만 원에 달했다. 특히 이번 가을축제에서 농산물…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어느새 한 풀 꺾이고 들녘의 벼들이 황금빛을 띄기 시작한 것을 보니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온 것을 눈으로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수확의 계절이 와도 마냥 즐거워할 수가 없는 것이 현재 농촌 현실이고, 특히 쌀값 하락으로 인한 걱정과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쌀 예상 생산량은 365만 7천톤으로 쌀 소비 감소 추세 등을 감안한 신곡 예상 수요량보다 12만 8천톤 많은 수준이다. 이는 11월 15일 쌀 최종 생산량(통계청)에 따라 변동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최근 생산자단체·산지유통업체 등에서는 등숙기에 지속된 고온과 적은 일조량 등이 작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 15일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단체 대표 및 학계 전문가등으로 구성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을 살펴보면 첫째, 예상 초과생산량보다 더 많은 총 20만톤의 선제적 격리, 둘째, 벼멸구·수발아 등 피해 벼 매입을 통한 농가손실 최소화 및 저가미 유통 방지, 셋째, 산지유통업체 벼 매입자금 지원을 통한 수확기 농가의 안정적 벼 판매, 넷째,…
지난 9월 29일(공자 탄강일), 500여 년 전통의 양지향교에서 공기(孔紀) 2575주년 석전대제가 봉행됐다. 공자, 안자, 증자, 자사, 맹자 등 '유가(儒家) 5성'과 정명도, 주희 등 송조(宋朝) 2현과 우리나라 설총 선생부터 포은, 퇴계, 율곡, 우암 등 18현께 제수를 헌상하고 극진한 예식절차를 엄수했다. 대제는 여느 향교와 별 차이는 없겠으나, 우리 향교에서는 여성인 이경숙 양지면장이 아헌관으로서의 예를 갖췄고, 30대 초반의 조수현 여성 장의(掌議)가 행사는 물론 선비차시연, 사물놀이 등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향교라는 하드웨어는 의구한데 소프트웨어가 신선했다. 얼마 전만 해도 향교 행사에 여성 참여가 쉽지 않았는데, 아주 자연스러웠고 어쩌면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제례의식만 하던 것에다 전통 고유 다례시연과 사물놀이를 추가하니 행사가 너무 그럴싸해 보였다. 용인시의 르네상스 정신은 분야별로 다양하겠지만, 그에 걸맞게 우리 향교도 나름대로 과감하게 탈바꿈하며 새로운 전통을 창출하고자 노력 중이다. 분향 등 제례의 엄숙한 정신도 완벽히 지켜가며, 본래 향교 기능인, 독특한 지역만의 문화 창달로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 유가 최고봉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춘천시 경계를 흐르는 북한강은 가평제1경인 청평호반에 잠시 머물러 질곡의 근현대사를 반추하게 된다. 북한강 역사 천년세월 동안 세곡과 축산, 자재를 운반하고 연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조선 수상교통문화의 중심지였다. 금강산 금강천에서 발원하여 춘천 소양강, 가평 가평천과 합수하며 청평호반에서 잠시 머물다가 양평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하나되어 팔당에서부터 한강이 된다. 기나긴 역사 속 굽이굽이 물길마다 독특한 나루터들이 명멸했다.자라목에서 대성리까지 강변 나루터의 흔적이 남아있어 명징했던 근현대 수상교통문화 실록을 증명해 주고 있다.북한강 전통 수상교통문화가 배어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옛 문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산은 1820년 3월 북한강을 거슬러 춘천을 여행 한 후 남긴 '천우기행(穿牛紀行)'에 '청평마을, 청산이 홀연 배 한척을 토해 내누나'라는 시를 썼다. 달전 안반지, 금대나루, 복장포구, 송산 물미나루, 선촌 어리실, 사룡 자잠나루, 고성 양진나루, 대성 대승나루는 가평지역 북한강 유역 주요 배터였다. 일제강점기 후반까지 소.돼지를 실어 나르는 축산배, 농사짓기 위해 농사배가 수시로 왕래했다.중일전쟁 발발 직후 청평댐이 들어
얼마 전 대전의 한 회사 통근버스가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운전자와 승객 등 10 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운전자는 전 날 술을 마시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전 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잡곤 한다. 잠을 푹 자서 괜찮은 것 같다고 느끼지만, 술을 안마시고 푹 자고 일어났을 때와 비교해서 두통, 갈증, 피곤함 등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그것은 숙취이다. 음주운전 발생사고 중 약 10%는 아침 출근시간대 발생한다고 한다. 2019년 ‘윤창호법’이 시행되고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된 이후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감소했지만, 오히려 출근길 ‘숙취운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자정까지 소주12잔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 때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5%라고 한다면, 다음 날 출근하기 위해 7시에 기상했을 때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정도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면허취소 수치다. 물론, 알코올 분해 속도는 성별, 몸무게, 체질. 안주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차이가 나겠지만, 이는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수치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오후 1시쯤이 되었을 때 혈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