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별세 소식은 단순한 정치 거물의 퇴장을 넘어, 우리 정치사에서 ‘책임’이라는 단어가 지녔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는 언제나 화려한 수사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앞세운 정치인이었다.
그의 정치는 때로 고독했고, 자주 오해받았다. 대중의 박수를 받는 쉬운 길보다 국가 운영의 복잡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의 갈등을 구호로 덮지 않았고, 결정하기 어려운 과제를 다음 세대나 타인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단호함은 종종 불편함으로 읽히기도 했지만,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국가의 골격을 이루는 제도와 실질적인 변화가 남았다.
정치는 말로 남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교육개혁의 기초를 닦고, 지방분권의 초석을 놓으며, 민주주의를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해 분투했던 그의 생애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는 타협하되 원칙을 팔지 않았고, 유연하되 가벼워지지 않았으며, 강단 있게 행동하되 선동에 기대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그가 남긴 빈자리를 향해 질문해야 한다. 정치는 다시 책임의 언어로 돌아갈 수 있는가. 국가의 내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는 여전히 가능한가.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특정 정책이나 법안이 아니다. 정치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무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다. 그 기준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 정치에 자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남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