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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연출에 풍성한 라이브 연주… 눈과 귀 즐겁다

용인문화재단 포은아트홀 뮤지컬 ‘로스트 가든’

 

오스카와일드 원작 ‘욕심쟁이 거인’
주연 김태우 등 출연 국산 창작뮤지컬


영상과 무용수 독무 등 인상 깊어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 살아있어
‘스노우’ 등장 씬 등 퍼포먼스 압권


관람전 원작에 대한 이해 요구
국내관객 위한 ‘친절함’ 필요




용인문화재단이 포은아트홀에서 지난 17일부터 공연중인 뮤지컬 ‘로스트 가든’의 소문이 솔솔 들려왔다. 원작 ‘욕심쟁이 거인’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부터 주연을 맡은 김태우와 전보람 등 귀에 익은 이름이 많았지만 특히 발길을 잡아 끄는 것은 국산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이다.

공연은 총 8~9개의 장면으로 구성됐다. 이야기의 큰 맥락은 스크린의 영상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지만 공연은 주요한 장면을 춤과 음악, 그리고 영상으로 풀어놓는 형식이다. 때문에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받는 데 익숙한 국내 관객과 그런 관객을 맞이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연은 일면에 ‘도전’이라는 과제를 품고 있었다.

 


공연에서는 다소 생략된 극적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거인이 친구 ‘오거’의 집을 방문한 사이 그의 정원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돼 있다. 집으로 돌아온 거인은 아이들을 쫓아내고 돌로 된 단단한 벽을 세운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거인의 정원을 찾는다.

겨울이 찾아오자 거인의 정원에 겨울의 여왕 스노우가 그의 부하들과 함께 찾아온다. 푸름과 온기를 싫어하는 겨울여왕 ‘스노우’는 정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위협하고, 거인은 그의 정원을 망치고 있는 스노우를 몰아낸다. 아이들도 거인의 분노한 모습에 놀라 정원을 떠난다.

모두가 떠난 정원에 평소에는 잘 눈에 띄지 않는 소녀, ‘머시’가 홀로 남아있다. 그런 머시에게서 거인은 자신이 가진 외로움의 단면을 감지하고 교감하며, 서서히 닫았던 마음을 연다.

가슴에 온기를 안게 된 거인은 벽을 허문다. 정원을 찾아 노니는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 하며 변화를 느끼는 거인·행복의 한 조각을 얻은 거인은 평온함 속에 눈을 감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다.

 


다시 주지하면, ‘로스트 가든’은 이야기의 서사를 등장인물의 음성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공연 관람 전에 원작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공연이다. 공연 스스로도 관객이 이미 원작을 숙지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스카 와일드와 ‘욕심쟁이 거인’은 세계적으로 볼때 유명한 작가와 작품임이 분명하지만, 국내 관객에게 일말의 설명을 생략할 만큼의 존재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유러피안 뮤지컬을 지향하고 있는 점에서는 좋은 결정이지만, 국내 관객들에는 친절한 해설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반면 각각의 장면을 바라볼 때, 연출은 수려하다. 아이들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에는 디테일이 살아 있고 그들이 보여주는 무용은 무대를 가득 채운다. 뛰노는 모습이나, 장난치는 모습 등을 표현한 동작 하나하나가 눈을 매료시킨다.

시각을 집중시키는 것은 스노우의 등장이다. 스노우의 부하인 ‘해일’, ‘윈드’ 등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단연 앞권이다. ‘윈드’ 역의 사라 자넬리티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해일’의 비보잉 댄스와 대조를 이루며 무대에 유연함과 강함을 함께 풀어놓으면서 눈을 한껏 충족 시켜준다.

라이브 연주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녹색 요정’의 기타연주에서 부터 스노우의 부하인 ‘프로스트’가 보여주는 밴드 연주는 잔뜩 마련된 볼거리에 들을거리를 풍부하게 더해준다. 이밖에 거인이 벽을 부수는 장면 연출이나, 거인의 내면을 표현하는 영상과 무용수의 독무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장면의 연출에 초점을 두고 볼때 분명 ‘로스트 가든’은 그 화려함에 흠뻑 취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작품의 서사를 따라가려 하면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장면의 힘이 너무 강한 탓에 서사가 힘을 잃는다. 특히 스노우의 등장에서 수수한 차림의 아이들이 뛰놀던 정원에 화려한 의상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스노우의 등장은 다소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인물의 의상에서부터 음악의 색깔 등 극 전체의 분위기가 변하면서 다른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을 만든다.

이번 ‘로스트 가든’과 같은 공연은 아직 많이 접해 볼 수 있는 양식의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관객의 다수는 드라마와 영화 같은 영상매체를 주로 접하면서, 감상에 있어 서사구조와 극적 반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국내 관객의 성향과 뮤지컬 ‘로스트 가든’의 연출 방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감상에 한계로 작용한다.

새로운 양식의 공연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로스트 가든’은 반가운 공연이다. 하지만 아직은 무대가, 그리고 관객이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친절한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뮤지컬 ‘로스트 가든’의 거인이 벽을 허물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한 것 처럼 말이다.

공연은 다음달 16일까지 이어진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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