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속도로 나들목 소독시설 설치
발안·매송·안성 등 방역시설 未설치
화성시, 농가 소독이 효율적 ‘엇박자’
수원 농촌진흥청 폐쇄 방역강화
AI판정 이틀 지나서야 방역시설 가동
출입통제 말 뿐 시민들 자유롭게 왕래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방역을 둘러싼 우려속에 지난달 30일 화성 종계농가와 31일 수원 농진청에서 AI가 확진 판정되면서 정부와 경기도, 수원시 등의 방역망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방침과 달리 설연휴 기간 동안 도내 고속도로 나들목에는 소독시설을 사실상 찾아볼 수 없는데다 경기도와 수원시의 경우 농진청 인근에 대한 방역을 2일에서야 뒤늦게 시작해 형식적인 방역망으로 사실상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설 명절 인구 대이동을 앞두고 사람·차량의 이동에 의한 AI의 전파와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고속도로 나들목에 ‘U’자형 소독시설 250개를 설치·가동하는 등 대대적인 선제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I 발생지 인근인 서해안고속도로 발안·매송나들목은 물론 대부분의 귀성·귀경객이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과 우회도로로 손꼽히는 도내 주요 국도 등에서는 지난 1일 밤까지도 어떠한 방역시설조차 찾아 볼 수 없어 정부 발표를 둘러싼 진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수원 농진청 내부 큰기러기의 고병원성 AI판정 이후 농진청과 경기도, 수원시는 즉각 출입문 폐쇄와 방역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이틀이 지난 2일에서야 뒤늦게 방역에 나서는 등 늑장 대응이 여전했다.
실제 수원시는 1일 공무원 동원령과 함께 농진청 부근에 고정식 방역대 2곳을 설치했다고 했지만 업체와의 협의가 늦어져 2일 오전에서야 이동제한과 소독을 실시했다.
이처럼 시가 손을 놓고 있던 이틀 동안 농진청 직원은 물론 수많은 자동차와 배달용 오토바이, 시민들이 아무 제재없이 자유롭게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시 관계자는 “톨게이트 인근에 고정식 방역장치를 설치, 운영하는 것보다 AI발생 농가 등에 진입하는 차량을 우선적으로 방역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밝혀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활동에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일 농진청을 찾았던 시민 김모(45)씨는 “소독과 함께 출입통제를 한다는데 긴급 동원된 공무원들은 차량과 사람을 통제하기는 커녕 자기들 차량 안에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며 “아무 조치도 없이 이틀을 흘려보내는 동안 AI바이러스가 또 어디로 번졌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설 당일이라 즉각적인 방역을 실시하기 어려웠고, 관련업체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역 개시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이 이어지는 동안 1일 기준 AI 오염 농장은 49곳, 이날까지 살처분한 닭·오리는 총 250만마리에 달한다.
/정재훈·이상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