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토)

  • 흐림동두천 26.3℃
  • 흐림강릉 30.5℃
  • 흐림서울 26.8℃
  • 대전 23.6℃
  • 대구 26.6℃
  • 구름많음울산 31.0℃
  • 흐림광주 24.1℃
  • 흐림부산 28.5℃
  • 흐림고창 25.4℃
  • 구름조금제주 33.5℃
  • 흐림강화 24.3℃
  • 흐림보은 23.5℃
  • 흐림금산 23.6℃
  • 구름많음강진군 29.5℃
  • 구름많음경주시 32.0℃
  • 흐림거제 28.4℃
기상청 제공

“내가 춤 추는 이유 찾게 됐지요”

공연 보신 할머니들
“너무 잘했어”
이 한마디 강한 기억

 

경기도문화의전당 법인화 10주년

주역 10인 릴레이 인터뷰

이 영 진 경기도립무용단 지도위원

지난해 경기도립무용단 지도위원으로 위촉된 이영진(41)은 올해로 도립극단에서 12년째 활동하고 있다. 12년이란 시간도 결코 짧지 않지만, 앞서 서울예술단에서 7년을 보낸 그는 예술단 단원으로만 20년 가까이 지낸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는 2002년, 평소 존경하던 조흥동 예술감독을 따라 도립무용단으로 왔다. 춤과의 만남이 운명이었기 때문에 “운명에 이끌리 듯 도립무용단으로 오게 됐다”는 그를 지난 25일 도립무용단이 자리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만났다.



공연 위해 삭발·무릎 염증 감내
“무대 포기 못해… 죽어도 무대에서”
단원들 발바닥 화상 입으며 공연
전곡항 요트대회 개막작 일화 유명


이달 정기공연 ‘화풍’ 연습 매진
‘춤에서 향기 나는 무용수’ 되고파


조흥동 감독 ‘한량무’에 반해
1995년부터 7년간 서울예술단 활동
조 감독 따라 2002년 도립극단 입단
예술단 단원 19년 생활 ‘베테랑’


‘도민 찾아가는 공연’ 큰 보람
예술인으로서 새 의미 갖게 해




조흥동 감독 따라 경기도립무용단 2002년 입단

먼저 전당을 빛낸 10인에 선정된 소감에 대해 묻자 그는 멋적은 미소와 함께 “저보다 열심히 하고 훌륭한 인재가 많은 도문화의전당에서 10인에 선정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도립무용단이라는 공간 속에서 좋아하는 무용을 하고 있다는 것만도 행복 했는데 제가 10인에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을 이었다.

대학졸업과 함께 1995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한 그는 1997년, 조흥동 현 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서울예술단 예술총감독을 지내는 동안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으며 인연을 맺었다.

“사실 1992년에 조흥동 감독님의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무대에서 한량무를 추시는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춤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2002년, 앞서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조흥동 감독을 따라 이 위원은 도립극단으로 몸을 옮겼다. 7년의 시간을 잊고 다시 평단원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그는 “조흥동 감독님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다”고 도립극단으로 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 도립무용단에 왔을 때는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무대 공연뿐 아니라 찾아가는 공연까지 도립무용단이 한해 소화하는 공연이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위원은 그 과정에서 예술인으로서의 새로운 소명에 눈을 떴다.

“찾아가는 공연은 제게 예술인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했어요. 할머님들의 “너무 잘했어”라는 한마디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요. 관객과 직접 만나면서 내가 정말 재밌는 일, 보람찬 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도민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뻣고 내가 춤추는 이유를 찾게 됐습니다.”



매 순간 최선 “죽어도 무대에서”

 

 

 

그렇게 12년,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는 “순간순간 최선 다했고 관객에게 다가가려 노력했기에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고 전제하고 어렵게 세 작품을 꼽았다.

첫 작품은 ‘꿈, 꿈이었으니’였다. 지난 2004년 11월에 공연된 ‘꿈, 꿈이었으니’는 조선의 승려 조신이 짝사랑 하던 강릉태수의 딸 김랑의 결혼으로 부처에 대한 원망을 갖게 된 뒤 꾼 꿈을 통해, 욕심을 반성하고 해탈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조신 역할을 맡아 난생 처음 삭발을 하기도 한 이 위원은 “그만큼 배역에 크게 동화되고 싶었고, 또 동화됐다”고 말했다.

“조신이 꿈을 통해 김랑과 도망가 40년을 사는데 결국 가난 때문에 가족과 헤어지며 꿈에 깨어납니다. 현실을 외면한 김랑과의 사랑은 결국 불행을 가져옴을 깨닫고 해탈을 느끼는 장면이죠. 그런데 갑자기 그 동안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지, 필름처럼 지난 날이 눈앞을 스쳐가더니 무대 위에서 정말 눈물이 다 나는 겁니다.”

공연 후 한동한 슬럼프에 빠질 정도였지만 그는 이 작품이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 작품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번째 작품으로 지난 2010년 공연한 ‘도미부인’을 꼽았다. 평소 존경하던 조흥동 감독이 국립무용단 재직시절 주역으로 출연했던 작품인 만큼 이 위원의 욕심은 대단했다. 동작이 자신의 몸과 맞지 않는다는 고민이 깊어지며 연습의 강도를 높이면서 이 위원은 연습도중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됐다. 무릎에 생긴 염증을 긁어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그는 진통제에 의지해 공연을 강행했다. 지금도 그 때의 무릎은 원상태까지 회복되지 못했지만, 그는 “무대 위에서 쓰러질 지언정, 무대를 포기하지는 못한다. 죽어도 무대 위에서 죽자는 심정은 무대에 서는 공연예술인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꺼내 놓은 공연은 도립무용단의 브랜드 공연이자 도를 대표하는 공연 컨텐츠로 자리잡은 ‘태권무무-달하(이하 ‘달하’)’였다. 말을 꺼내면서 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 때는 모두가 의욕이 높았어요. 작업하는 자체도 기뻣고, 지원도 좋았고, 감독님과 단원들이 ‘뭔가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외국에도 많이 초청됐는데 2012년에는 전원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달하’는 창작에서 공연까지, 참여했다는 자체로 행복을 느낀 작품입니다.”

8박10일 간 유타, 센트럴파크, 캐나다, LA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도립무용단은 리허설과 공연, 이동이 반복되는 고된 시간을 보냈다. 의상이 마를 시간도 없는 강행군이었지만 그는 “도립무용단의 역할의 하나가 위상을 높이는 일이지 않겠느냐”며 또 한번 환하게 웃었다.



단원들 발바닥 화상 불사한 공연 유명

도립무용단은 공연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지난 2010년 열린 전곡항 요트대회의 개막식에서 단원들이 발바닥 화상을 불사하고 공연을 선보인 일이다. 2008년 초연을 마친 ‘달하’의 ‘태권무’가 예정된 공연에 당시 이영진 지도위원은 공연팀의 최고참으로 참여했다.

“아침에 9시에 리허설 할 때만 해도 약간 따뜻한 정도였어요. 외신기자들도 많이 와있는 상황에서 단원들은 무용단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 이번에 우리가 뭔가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긴장과 기대가 가득했죠. 그런데 야외공연 무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까는 아크릴판이 낮이 되면서 달아오른 거예요. 달하의 태권무는 무술을 무용으로 만든 작품이라 원초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맨발로 공연하는데 그때까지도 리허설 때를 생각해서 바닥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막상 오른 무대 위. 2분 남짓이 지나자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화상으로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바닥에서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발차기 동작을 하니까 슬리퍼를 신은 것처럼 발바닥에서 무언가가 들리는 느낌이 나더라구요. 마지막 동작을 끝내고 무대 밑으로 내려온 순간 다 같이 쓰러졌어요. 단원들이 정말 고마웠죠. 다 같은 마음이었던거 같아요. 우리를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춤에서 향기 나는 무용수’ 되고 싶다

지난 시간을 돌아본 그에게 끝으로 그가 생각하는 도립무용단과 앞으로 도립무용단의 지도위원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에 대해 들었다.

“경기도립무용단은 전통과 창작, 궁중무용, 신무용 등 레퍼토리가 전국에서 제일 많은 무용단체예요. 때문에 어린 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많은 관객층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작품도 많이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 무용단은 잘 뭉쳐서 한마음으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관객분들에게 공연이 보다 잘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심에는 무용단의 아버지와 어머니 겪인 조흥동 예술 감독과 김정학 상임안무자의 노고가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에 대해 “감독님과 상임안무자님이 이끌어 주시는 부분에 맞춰 중간자 역할을 열심히 하고 싶고, 무엇보다 과거 조흥동 감독의 춤에서 느꼈던 ‘춤에서 향기가 나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와 도립무용단은 5월 정기공연 ‘화풍’으로 관객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오원 장승업과 사군자를 모티브로 구성된 공연은 5월 30일과 31일 도문화의전당 행복한 대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박국원기자 pkw09@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