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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열린 ‘2014 수원화성국제연극제’(예술감독 김철리)가 지난달 17일,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본래 5월로 예정됐던 이번 연극제는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일정을 3개월 가량 연기해 진행됐다. 또 공연 기간 중 태풍의 영향으로 좋지 않은 날씨 속에서 진행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총 7만5천여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아 축제를 즐겼다.

지난달 13일을 시작으로 총 5일간 화성행궁 광장을 중심으로 7개 해외작품과 10개 국내작품을 비롯해 수원 인근 10개 대학교가 참가한 대학연극페스티벌과 시민희곡낭독, 시민연극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2014수원화성국제연극제를 돌아본다.



▲ 시민이 함께한 축제

올해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특징 중 하나는 시민참여형 공연이 확대된 점이다.

지난해 개막공연에서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을 찬가’를 통해 20명의 시민에게 무대를 열었던 재단은 올해는 개막작 ‘100명의 여인들’로 수원과 인근지역 여성 100명의 무대로 축제의 막을 올렸다.

‘2013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렉 페스티벌’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는 개막작 ‘꼴렉티프 리옹.05’의 ‘100명의 여인들’은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 여성 100명의 사연으로 무대를 연출한다.

각자의 사연을 받아 번역 과정을 거치며 현지 스텝과의 워크숍 등 협업으로 꾸며진 무대는 전문 배우들의 공연과는 다른 모습으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의 의미를 확인시켰다.

수원 ‘다시서기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에서 재활 및 자립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노숙인들로 구성된 극단‘노자’의 ‘집’과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극단 ‘모아’의 ‘결혼’ 등의 무대도 올해 새로 마련됐다.

각각 수원시민소극장과 서북공심돈에 마련한 성곽극장에서 공연됐으며, 특히 연극과 토크콘서트 형식이 혼합된 극단 노자의 ‘집’은 노숙인 배우들과 관객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보듬는 시간을 전하며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대학연극페스티벌을 통해 수원 인근 10개교의 학생들에게 무대를 제공했으며, 올해로 3회째 이어지며 명실공히 연극제의 대표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시민희곡낭독과 다양한 시민프린지 공연이 축제의 현장 곳곳에서 함께 호흡했다.



▲ 이색적이고 신비로운 해외 공연 작품들

개막작인 ‘100명의 여인들’과 함께 이번 2014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는 창립 20주년을 맞은 스페인 3대 거리극단 중 하나인 ‘불의 전차’(Carros de Foc)의 ‘내추럴 스피릿(Natural Spirit)’과 프랑스 대표 예술단체 3팀의 합동작품인 ‘색채의 비상(Envolee Chromatique)’ 등 대형 야외 공연작품이 행궁광장을 찾았다.

15일 공연된 ‘내츄럴 스피릿’은 10미터 크기의 거대 마리오네트 엔젤과 독수리, 말 인형은 행궁광장을 활보하고, 무용수와 곡예사들의 환상적인 퍼포먼스에 조명과 음악, 영상까지 곁들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불을 이용한 서커스를 선보이는 곡예사들과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가들, 약 6M 미터의 대형 독수리 인형을 타고 하늘을 나는 무용수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공연팀이 관객들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에어로스컬프쳐(Aerosculpture), 퀴담(Quidams), 나노(Nano) 등 3개 공연팀이 참여한 ‘색채의 비상’은 폐막공연으로 예정됐다 일정을 하루 당겨 16일 공연됐다.

라이브 음악과 다채로운 조명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연은 상공을 누비는 거대 열기구들과 무용수들의 화려한 몸짓으로 가라앉은 여름밤의 공기와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지켜보는 이들의 탄성을 끌어냈다.

한편, 스위스 유명 디자이너인 ‘카밀 쉐러’(Camille Scherrer)가 올해 다시 한번 연극제를 찾았다. 지난해 ‘숲속에서(In the Woods)’로 큰 호응을 이끌어 낸 그녀는 올해 ‘I Spy’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예술을 겸비한 그녀만의 톡특한 작품 세계를 다시 한번 선보였다.

이 밖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꾸미는 퓨전 클래식 ‘나르따’(여름이 행복한 콘서트)와 일본의 ‘땡큐 테즈카(Thank You TEZUKA)’가 보여주는 1인 마임극 ‘마임 코미디’(Mime Comedy)는 새롭고 유쾌한 시간을 전했다.

 

 

 



▲ 한자리에서 만난 국내 대표 연극들

올해 2014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 참가한 국내작품들 또한 만만치 않은 예술성과 실험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프로젝트 날다의 ‘마법의 숲’은 셰익스피어의 4대 희극 중 하나인 ‘한여름 밤의 꿈’을 대형 공중 거리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불꽃과 크레인, 대형구조물 등 다양한 예술적 오브제를 적극 활용한 공연은 단번에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극단 마루한의 ‘놀이 마당극 훨훨간다’는 비석치기,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땅따먹기, 연날리기 등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없던 시절로 관람객을 안내하며 부모님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기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이색적인 놀이를 경험하는 시간을 전했다.

한국의 요요챔피언으로 구성된 요요퍼포먼스그룹 요요현상의 ‘시간낭비 요요쇼’는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요요를 오브제로 경쾌한 음악과 코미디, 마임까지 곁들여 가며 작지만 풍성한 서커스 공연을 보여줬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극단 예술무대 산은 수원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광교호수공원을 찾아 전래동화를 연극적 방식으로 재해석한 거리 인형극 ‘선녀와 나무꾼’을 선보였으며, 팜시어터는 현대사회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를 연극적으로 풀어낸 ‘달콤한 나의 집’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부의 상징이 되어버린 ‘집’의 의미를 환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 ㈔마당극패 우금치의 ‘돼지 잔치’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당무대에서 돈과 권력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풍자적으로 그려내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외에도 티에스 아트컴퍼니의 넌버벌 퍼포먼스 ‘쇼타임’은 타악, 탭댄스, 아크로바틱, 비보이, 비트박스까지 여러 장르를 한 무대의 퍼포먼스로 승화시킨 옴니버스 형식으로, 화려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여름밤을 수놓았다.



김철리 2014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예술감독 인터뷰



 

 

 

- 올해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기획 방향은.

야외 공연이 중심이 된 만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기본으로 구성했다.

계몽적인 메시지를 담기 보다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돋아주고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 그 것이 삶에 있어 아이들에게는 굉장한 추억이 될 것이고, 가족 공동의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또 국내는 연극의 개념이 대화가 중심이 되는 실내공연으로 다소 좁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데 관람객들의 연극에 대한 시각을 넓혀줄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했다. 역사적으로 연극은 야외에서 춤과 음악이 혼합된 양식이었다. 국내에 앞서 시청각적 요소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의 연극 경향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 해외작품은 어떤 과정으로 선정됐나.

예를 들어 개막작인 ‘100명의 여인들’은 지난 2012년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알게 된 작품이다. 당시 연국제가 끝나고 유명 극단들이 기획중인 작품을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1년 뒤 초연을 시작으로 세계 투어를 계획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2013년 초연을 직접 확인했다.

시민의 소통과 참여에 적극성을 갖고 있는 최근 수원의 문화적 방향성에 부합한 공연이라고 생각돼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됐다.

해외 작품 선정 작업의 기본은 발품을 파는 것이다. 과거보다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매체가 발달했다고 해도 해당 공연단체와의 신뢰가 없으면 아이디어 유출을 우려해 전체 공연 영상을 보여주지 않을 뿐더러 문화예술공연은 현장에서 라이브 공연은 직접 확인해야한다.

‘100명의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공연된 작품들은 2~3년에 걸쳐 축적한 일종의 ‘풀’에서 축제의 시기와 방향, 공연장 환경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 세월호 사고로 인한 일정 연기, 우천으로 인한 일정 변경 등 어려움이 많은 축제였다.

야외공연이라는 점과 기후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일정 변경은 항상 고려하는 부분이다.

올해의 경우 일정 자체가 3개월 가량 연기되는 상황에서 주요 대형 공연들이 취소되지 않았고, 폐막작이던 ‘색채의 비상’이 날씨 문제로 급히 하루 앞당겨 공연 됐음에도 무사히 진행된 것은 운이 좋았던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공연 연기나 날씨보다 어려운 것은 예술감독에게 주어진 여건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해외 작품 선정은 최소 2~3년 정도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연속성을 가지고 기획해야 하지만 축제의 준비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예산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의 거리가 있어 초청 경비가 많이 든다. 때문에 ‘국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들을 가져오려면 그만큼 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소규모 공연만 준비하면 ‘국제’의 의미가 퇴색돼 버린다.

공연의 성과가 없을 경우 예술감독이 책임지고 사퇴하게 되더라도 문화예술공연은 긴 안목으로 제대로 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 ‘색채의 비상’의 일정을 변경에도 많은 관람객이 공연을 찾았다. 연극제를 마친 소감은.

15일에는 낮에도 많은 관람객이 행궁광장을 찾았다. 그러나 16일에는 광장이 상대적으로 한산해 보여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될 무렵, 많은 관람객들이 와 주시고 호응도 좋아 만족스러웠다.

공연 전이면 항상 ‘이 공간이 채워질 수 있을까’, ‘채워지더라도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공연인가’ 조마조마한데 당일 현장을 보면서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특리 올해는 일정의 변경이 많았는데 이런 경우 관람객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다행히 수원은 수원화성국제연극제를 비롯해 수원화성문화제, 수원화성국제음악제 등 대규모 축제가 많은 때문인지 시민분들이 이해해주시는 분위기 여서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 올해로 2년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예술감독 임기가 끝났다. 화성국제연극제의 앞으로를 바라본다면

우리나라는 문화적 폐쇄성이 존재하는 만큼 축제가 문화적 개방성을 갖게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수원은 행궁광장이 조성되면서 개방적인 성격의 대형 야외공연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2000년대 초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감독을 맡았을때만 해도 야외음악당을 제외하면 대형 공연을 선보일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개막작을 제외하곤 소규모 실내 공연으로 축제를 기획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행궁광장에서 대형 야외공연을 준비한 해외공연단체들이 공간에 대해 대단히 만족해 했다.

물론 대중성 만큼이나 예술성도 뒷받침 돼야 한다. 현재는 예산 등의 여건에 맞춰 축제의 성격을 대중성과 개방성에 집중했지만 향후 여러 여건과 연극제의 규모가 확대된다면 깊이있는 주제를 다루는 실내 작품들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올해로 임기를 마쳤지만 수원문화재단이 앞으로의 수원화성국제연극제를 준비하면서 조언을 구한다면 언제든 도움이 되고 싶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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