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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놀면서 보듬어주는 따복공동체

솔대노리협동조합

 

뉴욕 로제토 지역에는 심장마비 환자가 다른 지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 이유가 뭘까?.

환경, 식생활, 유전, 습관 등 모든 것이 특별하지 않았다. 다만 유난히 모임이 많았을 뿐. 2천명이 사는 마을에 모임이 22개나 됐다.

로제트 지역 사람들은 서로 방문하고, 길을 걷다 멈춰 서서 얘기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모두가 확장된 공동체였다.

이들이 구축한 공동체가 서로 위안을 삼고 병까지 치유하는 안전망을 구축한 것이다.

경기도에도 사람들이 모여 건강한 숲을 만들려는 마을 공동체 사업이 한창이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로에 있는 ‘솔대노리협동조합’(이사장 배형경)은 지역 주민들이 다양한 놀이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서로를 공감하는 공간이다.

청소년과 학부모가 직접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서로 울고 웃으며, 보듬고 이해해주는 공동체 보금자리다.

지난 2012년 4월 탄생한 솔대노리협동조합이 품은 희망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우리동네 따복공동체(따뜻하고 복된 공동체), ‘솔대노리협동조합’

“시험 문제 하나에 고민하고 전전긍긍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 싶었죠.”

배형경 솔대노리협동조합 이사장이 연신 미소를 뿜어내며 전하는 조합 설립의 계기다.

수원시 종합자원봉사센터 1층에 위치한 붉은 간판이 이색적인 ‘카페노리’.

49.5㎡(15평) 남짓한 이곳은 120여명의 조합원들이 1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까지 십시일반 모아 운영하는 수원 최초 청소년 카페다.

아메리카노부터 생과일주스, 아이스티, 와플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청소년은 1천원 할인해준다.

여기에서 나온 수익은 모두 청소년을 위한 기타강습, 도예, 바느질, 식생활 교육 등 솔대노리에서 운영하는 공동체 모임을 위해 쓰인다.

교육 활동은 모두 특별한 손재주와 지식을 가진 지역 주민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이뤄진다.

여러 공동체 모임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은 세 가지다.

아이들이 직접 음악을 배우고 익히는 활동과 ‘멘토링’(mentoring)을 기본 틀로 고학년과 저학년이 함께 건전한 놀이를 직접 창작해 활동하는 모임에 유독 아이들이 몰린다.

특히 서호공원 인근 132㎡(40평)가량의 텃밭에 직접 상추와 감자들을 수확하고 이를 지역 취약계층에 함께 나누는 활동도 참여율이 높다고.

처음부터 솔대노리가 이같은 왕성한 활동을 했던 것이 아니다.

당초 솔대노리는 송죽동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독서모임이 모태다.

당시 참여 인원은 지금의 약 15분 1 수준인 18명.

정부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을 발효하면서 독서모임을 협동조합 형태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하자는 어느 학부모의 솔깃한 제안이 전환점이 됐다.

순수하게 학부모의 힘만으로 지역 내 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법인 설립과 동시에 청소년 카페도 개설했다.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체계적인 놀이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카페 개설에는 18명이 모은 1천500만원이 종잣돈이 됐다.

“청소년들이 부담없이 카페를 찾아와요.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걸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죠”

마을 스스로 만든 조합의 탄생을 설명하는 배 이사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 지역 경제 순환을 위한 시민화폐 개발

솔대노리는 지난달 15일부터 국내 최초 이웃공동체와 지역경제 순환을 위한 시민화폐 ‘수원’을 운영해 큰 주목을 받았다. 2009년 발행을 시작한 가상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과 유사한 형태다.

시민화폐 수원은 지역의 부(富)가 외부로 유출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지역화폐의 장점을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도록 설계됐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자 지갑을 개설하고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동일한 규모의 수원(시민화폐 화폐단위)으로 바꿔 준다.

지역화폐에 참여한 가맹점과 사용자들은 상호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거래하고 결재는 수원시민화폐로 하면 된다.

시민화폐는 솔대노리 개설 카페와 더불어 한두레의료생협, 홍익디자인협동조합,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우우화로구이(조원동), 만석공원 주위 상가(예정), 정자시장 내 상가(예정) 등에서 사용가능하다.

시민화폐는 오는 12월 15일까지 선정된 100인의 사용자들이 3개월 동안 시범 사용을 거쳐 문제점들을 평가해 이를 보완한 뒤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인터뷰>

“솔대노리가 꿈꾸는 세상은 마을 공동체 내에서 다 함께 삶을 공유하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거예요.”

배형경 솔대노리협동조합(여·42) 이사장은 조합이 지향하는 비전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배 이사장은 “교육이 바뀌기 위해선 학부모도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부모와 함께 노는 걸 싫어하고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교육과 학습의 시간이라는 고정관념을 지역 공동체 활동을 통해 전환하는 것이 솔대놀이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앞으로의 조합 운영 방향은.

명확히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보단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어린이 식습관을 개선하는 보드게임 ‘푸드 플레이’(FOOD PLAY)를 개발중이다.



이 보드게임은 건강한 음식들과 건강하지 않은 음식들을 놀이를 통해 구분하고 퀴즈를 풀면서 왜 건강한 음식이 좋은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보드게임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이해가 되고 보드게임판의 QR코드를 이용해 좀 더 다양한 식생활 교육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른이 된 다음에도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추억을 담은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카페노리 추가 개설 계획은 없나.

수익사업이 늘어나면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과 참여 기회가 늘어날 수 있어 2~3호 개설은 긍정적이다. 다만 추가 업종에 대해 꼭 ‘카페’라는 프레임 속에 한정시키지는 않을 생각이다. 조합원 수가 늘고 각기 다른 요구사항이 생겨 제 2호 점은 카페가 아닌 주부들을 위한 ‘반찬 소모임’의 형태가 추진중이다.



-모임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멘토링을 토대로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창작해 활동하는 그룹이 있다. 건전한 놀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지원금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어른이 돼 있더라. 스스로 땀 흘려 활동비를 벌어보겠다고 선언하더니 ‘아나바다’ 행사를 기획했다. 자신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고 나온 수익금으로 영화 관람, 아이스링크장 방문, 대학탐방 등을 직접 하더라. 기특했다.

/홍성민·이슬하기자 hsm@

/사진=이재명기자 lj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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