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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재 품은 4色 코스 따라 ‘지붕없는 박물관’ 마주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가는 북한산성 재조명
<8> 북한산 풍류길- 북한산성에서 만나는 역사와 문화재

 

 

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부터 모든 코스 시작
북한행궁 탐방길, 복원된 신영루·대웅전 눈길
백운대 가는 길 ‘태고사’ 산성내 最古 유물 간직
조선·현대 군용시설 함께 있는 원효봉 가는 길
석문이라 불렀던 가사당암문 코스 여장 등 보존


우리나라 21개 국립공원의 탐방객 순위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하는 곳이 북한산이다. 얼마 전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를 조사했는데, 여기에서도 북한산이 단연 으뜸으로 꼽혔다.

이는 도심에 우뚝 솟은 지리적 이유도 있겠지만, 국가사적 북한산성과 행궁지를 비롯한 100여개소가 넘는 문화유적을 품고 있는 북한산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북한산성은 해발 150m에서부터 800m에 이르는 상당히 험난한 고저차를 가진 성곽이며, 둘레가 약 11.6㎞에 달하고, 내부는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그야말로 굉장히 거대한 성곽이다.

우리나라는 1천500개가 넘는 성곽이 있어 일찍이 성곽의 나라로 불렸으며, 평균적인 성곽의 길이는 3~4㎞ 정도라고 하니, 과히 북한산성은 그 험준함과 규모로 보아 으뜸을 다투는 성곽에 속한다고 하겠다.

북한산성 안에는 북한산성의 심장으로 불리우는 북한산성 행궁지가 있으며, 행궁과 산성을 관리하는 관청인 경리청의 산성분소인 관성소를 비롯해 한양도성을 지키는 수도방위 3군문의 유영지가 모두 북한산성 내에 자리잡고 있다. 또 평상시 산성을 지킬 승영사찰이 13개가 지어졌는데, 중흥사를 중심으로 산성의 요소요소에 배치됐다.

북한산의 역사와 문화재를 만나며 걷는 코스는 모두 4개다. 북한산성의 모든 탐방길, 답사길, 등산길은 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에서 시작한다. 2012년 문을 연 센터는 현재 북한산성문화사업팀이 문화배움교실을 운영해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북한산과 더불어 그 능선과 능선을 이은 북한산성을 둘러보는 대표적인 길을 걸으며 이 시대의 새로운 역사·문화의 성이 되고자 하는 북한산성의 자연과 문화재의 정취를 느껴보자.

 

 

 



◇숙종대왕의 자취가 묻어나는 북한행궁 탐방길

북한산성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유적은 바로 대서문, 산성의 대문 중 가장 크고 예쁘다.

높이가 6m에 달하는 대서문은 문 양쪽에 상서로운 동물 모양의 배수시설이 붙어 있다. 문루에 오르면 안쪽으로는 북한산의 위용을 새삼 느낄 수 있고, 바깥으로는 서울 은평뉴타운과 고양시 지축동, 삼송지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대서문을 지나 만나는 하창지는 산성의 7개 창고시설 중 가장 크고 아래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하창지는 그 터가 있었다는 사실만 전할 뿐 현재는 북한동역사관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

수문에서 올라오는 계곡길과 대서문부터 걷는 포장길이 만나는 북한산성문화재 안내판이 있는 곳이 바로 본격적인 산행의 출발점, 북한산성 중성문은 숙종이 행행한 후 여기가 서쪽이 낮아 군사적으로 취약하니 이를 보강하기 위해 중성을 쌓도록 명해 축성하게 됐다.

‘중성’은 북한산의 ‘증취봉’과 ‘영취봉’이 연결되도록 쌓으려 했지만, 웬일인지 일부만 만들어지고 중단됐다. 그래도 산의 지세를 이용해 훌륭히 외성과 내성으로 구분되는 공간을 만들었다.

중성문을 지나 계곡을 굽이 돌아가면 그 옛날 조선팔도의 유학자들이 한양에 오면 한번쯤은 유람왔다는 ‘산영루’가 날아갈 듯 서 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사라졌던 누각을 ‘고양 600주년 기념사업’으로 복원했다.

산영루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북한산성 승영사찰의 최고 지휘부가 있었던 ‘중흥사’에 다다른다. 중흥사는 발굴을 마치고 복원공사가 한창인데 현재 대웅전이 복원돼 있다.

중흥사를 지나 산속 깊숙이 오르면 마침내 ‘북한산성 행궁지’를 만나게 된다. 행궁지는 이런 곳에 궁궐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가장 안쪽에 자리해 있다.

지금 발굴 중인 행궁지는 2012년부터 시작해 2016년까지 진행하는 연차 발굴을 통해 기록에 전하는 행궁지의 전체 모습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빗물과 계곡 위쪽에서 내려온 토사 등으로 좁아 보이지만, 행궁지는 그 면적이 9천917㎡(3천 평)에 이를 정도로 넓다.

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대서문→하창지→중성문→중흥사지권역→행궁지→남장대지→청수동암문→대남문→어영청유영지→금위영유영지→경리청상창지→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총길이 총 8.75㎞, 5시간 소요)

 

 

 



◇북한산성의 최고봉, 백운대에 이르는 길

중흥사를 지나 왼쪽으로 난 가파른 길을 오르면 북한산성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인 원증국사탑과 탑비가 있는 ‘태고사’에 도착한다. 비문은 당대의 문장가인 이색이 짓고, 명필 권주가 글씨를 썼다고 전한다. 특히 비문의 뒷면에는 고려의 마지막 장수인 최영과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이름도 보인다.

태고사를 지나 능선의 상단부까지 오르면 북쪽으로 꺾어진 북한산성 동쪽 성곽길과 만나고 곧 ‘용암사지’에 이른다. 현재 터만 남은 용암사 자리엔 북한산대피소가 있다.

‘용암문’과 ‘백운봉암문’ 사이는 암벽과 급경사가 이어져 등산하기 꽤 까다로운 곳이다. 암반 위를 와이어나 밧줄을 잡고 오르는 구간도 있다. 백운봉암문에서 ‘백운대’까지도 계단과 암벽, 와이어를 잡고 올라야 하는데, 이곳은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안전시설을 마련해놓았다.

백운대는 북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는 평평한 바위로 30여 명 정도가 올라설 수 있으며 정상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다. 백운대 북쪽으로는 도봉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북쪽 땅이 아스라이 나타나며, 남쪽으로는 한강을 비롯한 서울 시내가 발아래 펼쳐진다.

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대서문→하창지→중성문→중흥사지권역→태고사→용암문→백운봉암문→백운대(3·1운동 암각문)→상운사→하창지→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총길이 총 4.69㎞, 3시간 소요)



◇낙조가 아름다운 원효봉 이르는 길

하창지에서 다리를 건너 자그마한 언덕을 넘어가면 원효대사가 석굴 안에서 수련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석굴대웅전으로 유명한 ‘덕암사’가 보인다. 그 앞으로는 낭떠러지이고 바위의 틈새를 와이어를 잡고 지나가면 ‘서암문’이 나타난다.

서암문은 북한산성을 축성하며 설치한 8개의 암문 중 하나로, 대개 암문은 비상시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통로나 구원병의 출입로로 활용됐다. 서암문은 성내에서 시신을 내보내는 문이라 해 ‘시구문(屍軀門)’이라고도 불렸다.

서암문에서 성벽을 따라 시작되는 오르막길 쪽 성벽은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어 ‘여장’을 볼 수 있는 구간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비교적 근래의 군용 참호도 볼 수 있는데, 조선시대 군사시설과 현대의 군용시설이 같이 있는 셈이다.

여기서부터는 ‘원효봉’의 중턱을 지나 급경사 오르막으로 길이 가팔라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정상에서 북한 개성 지방을 조망하는 행운을 잡기도 한다.

원효봉의 동쪽으론 영취봉, 백운대, 만경봉, 이어지는 봉우리들 그리고 남쪽으로 의상봉까지 북한산성의 대부분의 봉우리가 보인다. 원효봉에서 가파른 내리막길과 계단을 내려가면 금방 북문에 도착한다.

북문은 북한산성 6개 대문 중 하나지만 산성의 큰길에서 벗어난 간성에 해당해 다른 문에 비해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래서 이름도 ‘대북문’이 아닌 그냥 ‘북문’이다. ‘북한지’에도 북문의 문루가 표시되지 않아 18세기 전기에 이미 문루가 없어지고 지금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북문은 현재 문루와 문짝이 없고, 육축부와 개구부만 남아 있다.

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대서문→하창지→덕암사→서암문→원효봉→북문→상운사→하창지→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총길이 총 7.36㎞, 4시간30분 소요)



 

 

 

◇북한산성의 감춰진 길, 석문에 이르는 길

하창지를 지나 중성문으로 향하는 중턱쯤에 작은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보이는 ‘법용사’를 통과해 뒷길 계단으로 30분쯤 오르면 ‘국녕사’가 나온다.

이 절은 북한산성축성 당시에 있었던 13개 승영사찰 중 하나로 총 86칸의 규모로 창건됐다고 한다. 창건 이후의 자세한 연혁은 전하지 않으며, 대웅전과 산신각, 종각, 요사채 등은 근래에 중창된 것이다.

국녕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조선시대 ‘석문’이라 불렀던 ‘암문’이 나온다. 이 문은 ‘가사당암문’ 또는 ‘국녕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 역시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새벽녘 이슬 맺힌 산길을 올라 능선의 밝은 곳에 자리한 석문을 마주하면 매우 신비로운 감흥을 느끼게 된다. 잠시 그런 상상에 빠지는 것도 북한산성의 높은 성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암문에서 ‘용혈봉’과 ‘용출봉’을 지나 증취봉을 따라 내려오는 구간은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코스다. 와이어를 잡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하므로 장갑이 필수다.

반명 증취봉에서 북한산성 내부를 내려오다 보면 성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이 구간에는 산성 수비군의 초소인 성랑과 성벽 위의 여장이 비교적 잘 남아 있다.

다음으로 다다른 곳은 ‘부왕동암문’이다. 암문은 문루를 세우지 않고 사각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부왕동암문은 안쪽은 사각 모양이나 바깥쪽은 홍예 모양으로 약간 변형된 모습이다. 북한산성 암문 중에 부왕동암문과 서암문 등 2군데 암문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라고 하겠다.

부왕동암문의 바깥쪽은 삼천사계곡으로 근래 발굴된 삼천사지유적이 있다. 성의 안쪽으로는 부왕동암문을 수비했던 원각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터만 전한다.

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대서문→하창지→국녕사→가사당암문→부왕동암문→부왕사지→중흥사지권역→중성문→하창지→북한산성교육정보센터(총길이 총 5.92㎞, 4시간 소요)

/박현욱 경기문화재단 북한산성문화사업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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