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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IN 사회]연말 모임, 혹시 과하지는 않으셨는지?

이창경

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12월도 중순을 넘기고 있다. 지난해 그러하였듯 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미 몇 차례의 송년 모임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야될까, 말아야 될까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12월 일정표에는 연말 송년모임이 빠지지 않는다. 한 해 동안 열심히 함께 일해 온 직장 사람들, 가족, 친구, 동문, 동호회 등 인연을 맺어 온 사람들과 자리를 같이하여 지난 일 년을 돌아보고 감사와 고마움을 나누며 친밀함을 공유하는 것이 송년 모임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송년회 모임 장소와 음식 메뉴 등을 자세하게 안내하는 앱은 물론, 회식 자리에서의 건배사를 정리해놓은 앱도 나와 있으니 편리한 세상이다.

이맘때면 웬만한 음식점마다 송년 모임을 갖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술잔 부딪치며 수고 많았다고, 더 잘해보자고 외치는 구호로 소란스러울 터인데 예년 같지 않은 요즘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직장 송년회를 안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견이 나타나고 인터넷 유머게시판에는 ‘송년회 피해가는 법’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만큼 송년 모임이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1천70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9.8%가 ‘송년 모임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횟수는 2회(40.3%)와 3회(29.3%)가 많았다. ‘1차로 간단히 보낼 것’이라는 답변이 65.9%로 가장 높았고, ‘2차 이상으로 보낼 것’(34.1%)이라고 답한 사람도 높은 편이다.

직장인들의 연말 송년 모임은 어떠할까?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가 만 19세 이상 직장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송년 모임 관련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여기서 보면 모임의 대상은 직장 동료/선후배 또는 친구, 가족 순이다. 모임의 기대도는 연인, 친구, 가족 모임이 높고, 직장 동료/선후배와의 모임은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필요도는 친구, 연인, 부모님 등 가족 순으로 높고, 이웃, 친척, 학교선후배 동호회와의 모임은 낮게 나타났다. 직장 연말 모임은 필요도나 기대치, 모두가 낮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직장 송년회문화가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쩔 수 없이 상사의 눈치를 보아야 하거나, 2차, 3차, 이어지는 송년 모임은 개인에 따라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소맥 송년회 대신 칵테일 송년회가 열리고, ‘한 가지 술로, 한 장소에서, 밤 9시 이전에 끝내자’는 ‘119 회식’ 캠페인을 벌여 참여율을 높이는 회사도 있다. 또한 복지시설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 사랑을 나누는 착한 송년회를 진행하는 곳도 있고,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족과 함께 하는 교감 송년회를 열기도 한다.

옛날에도 가는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행사가 있었다. 섣달그믐, 아침부터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였다. 묵은해의 액운과 잡귀, 좋지 않았던 일을 모두 쓸어버리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마음에서다. 묵은세배라 하여 가까운 친지와 동네 어른을 찾아뵙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집안 곳곳에 불을 밝히고 밤을 새우는 수세(守歲)의 풍속도 있었다. 건강을 해치고 화를 불러오는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함이었다. 이러한 풍속이 이어진 것은 묵은해를 정리하고 새해의 다짐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연말 송년 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에서, 안부를 확인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송년 모임을 필요하다. 시인 목필균은 ‘12월 허리에 서서, 무심했던 내가 무심했던 너를 손짓하며 부른다.’고 송년회를 노래했고, 전봉건 시인은 ‘그렇지요, 한 잔. 찌르르한 거 한 잔 드시고 푹 쉬셔야지요.’라고 한 해 동안 수고 많았던 서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말 송년 모임은 관심과 위로, 휴식이 있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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