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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180만원

망가지는 농업현실 보며 번민끝 출마결심
마을 주민 마련한 기탁금 받고 눈물 '펑펑'

"고추 판돈으로 2백만 원의 기탁금을 냈습니다"
17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다 4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사꾼이 17대 국회의원선거전에 뛰어 들었다.
모 정당 화성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한 이길성 씨(43).
그는 화성에서 태어나 화성에 뼈를 묻을 '순수토박이'다.
농사를 지으며 순수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스스로 잘나가는 직장에서 뛰쳐나왔다.
요즘은 FTA 비준문제와 관련해 트랙터와 트럭을 몰고 다니며 농민들과 함께 고민을 하고 있다.
이씨가 이번 선거에 공천을 신청한 이유는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 농업은 물론 사회의 모든 기반이 무너진다" 는 것을 짧은 기간에 실감했기 때문.
그는 공천신청 마감 하루 전인 지난 달 15일 모 정당 중앙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선거일을 불과 2개월 앞둔 14일까지도 초, 중, 고교 동창들조차도 모르고 있다. 심지어 한 마을에 사는 동네 친구들도 모른다.
지난 해 11월 중순부터 핸드폰까지 꺼놓고 2개월 동안 혼자 긴 번민의 시간을 보냈고 출마결심도 혼자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혼자 다닌다. 조직도, 자금도, 사무실도 없다.
선거사무실은 얼마 전까지도 알타리 무와 열무를 싣고 다니던 1톤짜리 포터트럭이다.
"열무를 판돈은 차마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하루 밥값과 기름값도 못 건지는데 헐값으로 판 피같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같이 열무 농사를 지은 동네 형(56)의 부인이 공천신청을 위한 기탁금으로 쓰라고 180만원이 든 이씨와 동네 형의 공동명의 통장을 건넸을 때 이씨는 눈물을 펑펑 쏟고야 말았다.
"동네 형이 결혼 생활 30년만에 부인과 그렇게도 가고 싶다던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내놓은 돈...그 돈은 제겐 18억원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씨는 이들 부부로부터 도망치듯 뛰어가 동네 텃밭에서 하늘만 바라봐야 했다고 말했다. "공천을 받게 되던, 만일 공천을 받아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개의치 않습니다"
이씨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만일 국회의원이 되는 이변이 나오면 4년동안 트럭을 몰고 다니며 여의도를 오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천에서 탈락하는 즉시 4년 만에 입게 된 양복과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고추모종을 내고 40톤의 가축분뇨를 밭에 뿌려야 하는 이씨는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트럭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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