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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동네 오명 벗고 안전마을로

 

수원 지동 ‘따복소통마루’ 찾다

지난 2012년 4월 대한민국은 수원 팔달구 지동에서 일어난 ‘오원춘 사건’으로 공포에 휩싸였다.이후 이 사건은 잔혹범죄의 대명사로 불리며 한동안 밤길을 걷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로 인해 지동은 졸지에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도시’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됐고, 기피마을 1순위로 떠올랐다. 과거 활기넘친 재래시장으로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하며 ‘수원의 명동’이라고 불렸던 지동의 명성이 한 순간에 우범도시로 전락한 것이다. 4여년이 지난 올해의 지동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과 같은 끔찍한 범죄를 예방키 위한 안전망이 구축됐고, 과거의 아픔으로 서로를 기피하던 주민들을 위한 소통창구가 마련됐다. 이로써 지동은 악명의 고통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고, 주민들 역시 웃음을 되찾아가는 모양새다. 경기도가 조성한 ‘따복소통마루’는 이같은 지동의 변화를 이끄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동을 ‘기피마을’에서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마을로 탈바꿈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는 따복소통마루를 찾았다.

수년전 오원춘 사건으로 기피마을
인식 개선위해 ‘따복소통마루’ 개소

수원시·경기경찰청 등과 방범 강화
창작센터·공구도서관 등 브랜드로
먼 타지역에서도 벤치마킹 입소문

 

 

 

 

 

 

 

 


약 35평 규모로 조성된 따복소통마루 사무실은 그동안 주민들과 함께한 시간을 담은 사진들로 꾸며져 있었다.

사진 속에 있는 주민들은 초등생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부터 짙은 주름살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어르신까지 연령별로 다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따복소통마루의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박영자 공간지기 회장은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운영을 비롯해 마을의 발전을 위한 전문가 초청 포럼 등 여러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평소 함께하기 힘든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공동체의 매력이고, 또 소통의 의미”라고 말했다.

따복소통마루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 사건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짙어지고 있던 지동을 안전한 마을로 개선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따복안전마을센터’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9월 설립됐다.

이후 지동의 안전마을계획 수립을 넘어 주민들의 교류와 소통을 활성시키기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따복소통마루’라는 명칭이 지어졌고, 같은해 11월 3일 정식 개소됐다.

경기도는 당초 목적인 안전마을 조성을 위해 지난 8월부터 3단계에 걸친 기본 계획을 수립, 이에 대한 내용을 체계화하고 있다.

또 수원시·경기경찰청과 함께 지동을 안전마을로 만들기 위한 T/F팀을 구성해 방범시설 강화·에너지 효율 개선·범죄예방 환경디자인 셉테드(CPTED) 설계 등의 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

특히 ‘벽화길 조성’과 ‘비상벨이 첨부된 CCTV 설치 활성화’ 등은 ‘안전한 지동만들기’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 회장은 “어둡고 칙칙한 지동의 골목길을 동심의 분위기가 있는 벽화로 조성하자 이를 보려는 외부주민들이 늘어났고 지동의 명소로 거듭났다”며 “빠른 위기 대처를 할 수 있는 비상벨 CCTV도 밤길을 다니기 어려워 하는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따복소통마루로 인해 변화한 것은 바로 주민들과의 교류.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화요포럼은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과 강의가 진행, 주민 간 교류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과 전문 강사를 통한 교육이 이뤄진다.

180명의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도 지동의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안전을 중심으로 쾌적한 주거환경, 문화교류, 주민들의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오는 7~8월 지동 주민들이 기획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도 빼놓을 수 없는 따복소통마루의 자랑거리다.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센터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마을주민이라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공구도서관, 갤러리 전시장 등으로 구성돼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비어있는 지하공간은 주민들의 문화교육을 위한 한지공예 배움터로 활용해 소통 활성화를 위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청소년들을 위한 소통창구인 ‘하품카페’도 있다.

뜨개질·캘리·커피 등 관심 분야를 통해 청소년들이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고,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수원영상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되는 ‘지동라디오’에서는 지동만의 이야기를 소재로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 건강한 마을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같은 지동의 변화는 타 지역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수원 조원동, 매탄동 등 옆동네를 비롯해 연천과 강원도 강릉 등 먼 타지에서도 지동을 찾았다.

따복공동체로 인한 작은 변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지동의 변신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며 “안전과 마을공동체 두 가지 모두가 순차적으로 진행돼 지동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마을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웃간 교류 활성으로 공동체 지속 소망”

박영자 따복소통마루 회장


“혼자하면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현실이 됩니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 말은 따복소통마루 박영자 공간지기 회장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자 오랜 신념이다.

올해로 지동에 거주한 지 25년째를 맞은 박 회장은 시간이 갈수록 이웃 간의 소통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의문점을 항상 지니고 있었다.

박 회장은 “약 20년 전만 하더라도 지동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이웃들 간의 정이 넘치는 곳이었다”면서 “하지만 수원시가 발전하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했고, 크고 작은 범죄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러자 이웃들은 서서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됐다”고 그동안의 지동에 대해 설명했다.

세상을 경악케 했던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외부 사람들은 물론 마을내 주민까지 지동에 대한 인식을 ‘우범지역’이라고 못 박았고, 오랫동안 지동에서 살던 이들도 자신의 삶터를 떠나는 일도 발생했다.

박 회장은 “당시에는 지동에서 산다는 말만해도 사람들이 마치 범죄자를 보는듯한 시선을 내비췄을 정도였다”며 “외부에서 들려오는 말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이들도 많았고, 이웃 간의 소통은 자연스레 줄었으며, 사소한 일로 이웃 간의 갈등이 커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후 박 회장은 악화되는 상황들을 풀 수 있는 방안 모색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고, 그 결과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중 눈에 띤 것이 바로 경기도가 추진 중인 따복공동체였고,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따복소통마루’가 개소되기 전부터 화요포럼 등에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따복소통마루의 공간지기 회장을 맡게 됐다.

박 회장은 “경기도의 따복소통마루를 통해 공동체 형성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웃 간의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며 “직접 마을의 변화를 이끄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마을 공동체에 대해 박 회장은 “주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체적으로 참여하는 소통창구가 조성되는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체계적인 부분이 다소 부족해 미흡한 부분이 많다. 지자체가 무엇을 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가 마을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들의 일처럼 모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전문가 초청 등 교육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이웃 간 교류로 마을발전을 위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는 등 공동체 조성을 더 구체화해 나가겠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더욱 더 발전되고 끝까지 지속되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글=조용현기자 cyh3187@

사진=이진우기자 poet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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