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점심 식사를 동료들과 같이 하기도 겁이 나요. 간단한 것을 찾아도 7~8천원은 기본입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강타한 1일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수원 인계동 식당가에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너무 비싼 식대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근 보험회사에서 근무한다는 박은영(47·여)씨는 “서너명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면 5~6만원은 기본”이라며 “연장자가 밥값을 낼 때가 많다보니 부담스러워 어쩔때는 약속이 있다며 따로 나와 혼자 점심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직장인들의 급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외식물가가 급상승하면서 외식이 잦은 직장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계동의 한 중국집의 경우 제일 싼 자장면이 6천원이다. 또 분식집에서는 라면 한그릇에 4천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인근 식당 콩국수 한그릇은 7천500원에 달했다. 간단한 백반류도 7천원 이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좀 먹을만 하다는 음식점은 9천원에서 1만5천원까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식사 한끼 1만원 시대가 다가오면서 직장인들의 생활도 팍팍해져 가고 있다.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이준구(54)씨는 “직장 내 구내식당을 갖춘 곳이 부럽다”며 “식당도 적자로 문 닫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 직장인도 높은 물가에 힘들다. 건물주만 돈을 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들도 울쌍이긴 마찬가지다.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한 식당 사장은 “주로 직장인이 찾는데 토·일요일은 거의 손님이 없다보니 요즘 같은 때는 소위 전기료도 안나온다”며 “건물세에 가스료, 종업원 급여 등을 주고나면 이 가격으로 가게 유지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화성 동탄에 제조공장지대가 몰려 있는 도로가에 위치한 한식부페를 찾았다. 주인 혼자서 운영한다는 이곳은 한끼 5천원으로 저렴한 식단을 운영하고 있다. 주인 A씨(52·여)는 “아침에 장을 봐 10여가지 반찬을 직접 만들고, 점심에 공장으로 식사 배달까지 하고 있다”며 “직원이 없어 인건비가 들지 않다보니 그나마 식당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직장인들은 더욱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폭염으로 야채 등 생산이 부진하면 앞으로 식재료 가격이 더 오를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최근 3년간 2% 못 미치는 저물가가 계속되고 있지만 신선식품지수는 2016년부터 2년 연속 6%를 웃돌았고, 같은 기간 농축수산물 가격은 3.8%와 5.5% 면서 실제 체감 물가는 크게 올랐다.
/안직수기자 js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