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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제도 허점에 내팽개쳐진 아이들

5살 의붓아들 살해 사건 원인 ‘사회보장제도’ 지적
기초생활수급비 챙기려고 양육하며 학대 사례 빈번
유사 사건 재발 방지 위해 전반적 제도 정비 시급

최근 인천에서 계부 A씨에 의해 5살 의붓아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사회보장제도의 허점이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보호자들이 자녀를 양육의 대상이 아닌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아동학대를 일삼는 사례가 빈번해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기초생활수급비의 수급자격 및 지급방식 등 복지제도의 전반적인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인천미추홀경찰서와 아동복지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발생한 ‘계부 A씨 자녀 살인사건’은 2년전 아동학대로 법적 보호조치에 들어갔던 두 자녀에 대한 피해아동보호명령이 끝나자마자 A씨가 집으로 데려온 뒤 계속적인 폭행끝에 5살 아들이 숨졌다.

그러나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랑하지도 않고, 양육할 의사도 없이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을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거듭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A씨의 습관적인 폭력이라는 직접적인 원인 외에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인 기초생활수급제도 등이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실제 사건 이전 A씨는 기초생활수급비로 3인가구 책정금 110만여원을 받고 있었으며, 의붓아들 2명을 더하면 월 160만 7천여원을 받게 된다.

그와 비슷한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정모(17·수원시 장안구)양은 “자녀가 아닌 기초생활수급비가 필요한 어른들로 인해 벌어진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양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재혼해 계모와 생활했는데 수시로 아동폭력 피해를 당했다. 5학년때부터 2년 넘게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아버지가 다른 폭력 사건으로 수감돼 고모 집에서 생활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찾았는데 아버지는 출소하자마자 나와 오빠를 찾아와 주소를 옮기도록 강요했다”며 “아동전문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계속 고모집에 머물수 있게 됐다”고 한숨 쉬었다.

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 넘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위해 우리를 데려간 것이다. 밥을 제대로 준 기억도 없고, 기초생활수급비로 아빠와 새엄마가 게임을 즐기고 술을 마시며 우리에게는 차비도 주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지 않았으면 이같은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해 출소 후에 오빠가 만 18세를 넘자 나만 데리고 가려고 한 것도 그 이유”라고 토로했다.

미추홀구청 사회복지 관계자는 “A씨는 출소 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돼 사건 한달 전까지 매달 수급비를 받아왔다. 학대를 일삼으면서도 의붓아들을 데려가려고 한 이유가 기초생활수급비가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고, 수원시 관계자도 “정부와 지자체별로 앞다퉈 내놓은 사회복지정책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전반적인 재정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내 한 아동복지단체 관계자는 “자녀들을 양육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유지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기초생활수급비의 현금지급 등 여러 문제를 보완하지 않으면 이같은 사건은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직수기자 js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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