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대 택배 노동자가 과중한 업무를 호소한 후 숨지는 등 잇따른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에 택배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처참한 심야배송이 부른 또 한명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모(36) 씨가 이달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숨지기 4일 전인 지난 8일 새벽 4시 28분 동료에게 '집에 가면 5시인데 밥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자고 또 물건 정리 해야한다. 너무 힘들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과중한 업무를 호소했다.
이와관련, 한진택배 측은 "김씨는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건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와 김씨의 유가족은 "김씨는 36세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심야배송을 강요하고 고인의 죽음에 대해 지병이 있었다느니, 다른 택배기사보다 적게 배송했다느니 하는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는 한진택배에 분노감이 치민다"고 성토했다.
이어 "심야배송은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과로사가 아니라 심야배송에 의한 타살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또 '심야배송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정부를 비판하면서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사단법인 '일과 건강'이 발표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최근 택배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해 코로나 펜데믹 이전보다 배송이 2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택배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에 대해 알고 있냐는 물음에 응답자 790명 중 98%(774명)이 '알고 있다'고 답했고, 787명 중 80.4%(633명)이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므로 많이 두렵다"고 응답했다.
정부 역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주요 택배사들을 대상으로 과로 등의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조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 위기 대응 TF 대책회의에서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과로 등 건강 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조치 긴급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인 택배사와 대리점이 택배기사에 대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관련 법률에 따라 이행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해 위반 사항 확인시 의법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이조은 간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해 업무 중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택배 분류 작업의 개선을 기업에 요청하고 있으며, 택배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법의 빠른 제정도 국회에 지속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