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생 인천시체육회장이 올 한해 펼쳐갈 주요 정책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 = 이재민 기자 ]](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0101/art_16102527433407_021f13.jpg)
'체육 문외한.. 이규생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이규생 인천시체육회장은 10년 전 기사 제목을 소개하면서 소탈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체육의 체자도 몰랐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으면서. 당시 지역사회에서 그를 향한 시선은 따가웠다.
지금은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아 인천체육계 중심에 서게 됐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스포츠 분야의 비리, 스포츠 인권 개선 문제 등 각종 현안 챙기기에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취임 당시 모두 11가지 공약을 발표했는데.
절반 이상을 실현했다. 가장 먼저 조직개편을 하면서 미래기획단을 신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남겨진 과제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 회장 직속 기구다보니 내부 의사결정단계에서 왜곡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했다.
체육회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평소 인천체육 발전을 위해 수 년 간 고민을 해왔다. 2010년 사무처장 직함을 받고 사실상 인천시장을 대행해 조직을 이끈 경험도 있다. 그 동안 인천시시장애인체육회 이사, 2014 인천아시안게임 집행위원 등 체육계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덕분에 추진 동력을 얻었다고 본다.
그간의 대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민선 체육회장을 맞아 가장 염려가 많았던 예산 부분에서 전년 대비 5.64% 증가한 25억7300만 원을 확보해 재정 안정에 기여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고 싶다.
시체육회가 민선으로 시작되며 많은 분들이 체육재정에 대한 우려를 표해왔다. 실제로 타 시·도 체육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로 우려가 현실이 된 곳도 있다.
체육회장으로 취임한 뒤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 지방정부와의 협력적인 관계 정립이야말로 민선체육회장의 기본 책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어왔다.
사무처장 시절부터 강조해 온 '소통 행정'이 빛을 발한 건가?
인천체육 발전은 체육회장 혼자의 몫이 아니다. 체육회 임직원을 비롯해 체육인 모두가 화합과 단결을 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말에 공감하고 경청하면서 좋은 의견은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생활체육인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경기부, 체육부 등 딱딱한 부서명에서 시민건강팀, 시민행복팀으로 바꾸며 시민밀착형 정책을 펴고 있다. 체육을 좋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하자는 게 오랜 철학이다.
다른 시·도 체육회에선 볼 수 없는 '체육회장에게 말하기' 코너도 눈에 띈다.
그 동안 망설였거나 두려웠던 문제를 시체육회 회장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핫라인이다. 제3자에게는 공유되지 않고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이를 통해 가맹단체 회장의 월권행위 등을 적발해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잘 운영해나갈 생각이다.
스포츠컨디셔닝센터 개관을 앞두고 있다.
사무처장으로 있을 당시 운동을 하다 다친 선수들을 많이 봤는데, 그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뒤늦게 만학의 의지를 불태워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 운동치료학 석사 과정에 입학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스포츠컨디셔닝센터는 앞으로 인천 내에서 활동하는 전문체육선수와 생활체육동호인의 경기력 유지와 회복을 위한 다앙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스포츠과학센터와 협력해 스포츠과학이 접목된 선수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제공할 방침이다.
스포츠과학센터와 컨디셔닝센터를 통해 스포츠 영재 교육을 비롯해 전문 체육인과 생활체육인이 운동에서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종합 시스템'이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
체육회관 재건립은 언제쯤 되나.
2008년 숭의구장 도시개발사업으로 인천 체육인의 구심점이였던 체육회관이 역사에서 사라졌다. 일반 상가 건물을 임차해 셋방살이를 하던 인천체육회를 지금의 문학경기장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사무공간을 마련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지방체육 시대를 위한 보금자리로 지속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타시·도체육회관의 운영사례 및 시설에 대한 사항을 조사하고 건립을 위한 재정을 시와 의회 등과 논의하겠다. 목표는 2023년 완공이다.
법정 법인으로 승격했는데, 앞으로 남은 과제가 있다면.
국민체육진흥법개정으로 오는 6월까지 지방체육회는 법인 설립을 완료해야 된다. 법정 법인화는 지방체육회의 법적 지위를 확고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발판이 되는 매우 중요한 기회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타시·도의 표준이 되는 지방체육회 법정 법인화를 이뤄낼 것이다.
지난해 부정선거, 성희롱 등 논란이 불거졌다. 재발 방지 대책은.
체육인 인권 조례를 제정한 시의회의 취지에 발맞춰 체육회는 운동부 육성 학교, 직장운동부 등을 대상으로 폭력 및 성폭력 방지, 스포츠인권 개선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널리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본격적으로 선수와 체육지도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스포츠비리, 스포츠폭력, 성폭력 신고 시 피해자와 내부고발자에 대한 선제적 보호 조치를 시행하겠다. 가해자, 비호세력과 분리‧보호 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인권상담사의 상담 치료 등 제도족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
가해자는 중앙, 타지역 등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징계 경력을 철저히 관리해 다시는 체육계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영구적으로 추방하겠다.
새해를 맞아 시민과 체육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제가 체육회장으로 당선되기 위해 약속했던 나머지 공약들에 대해서도 임기 내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역량을 쏟아 붓겠다.
이 회장은 젊은 시절 택시를 몰다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조합 활동에 뛰어들었다. 이때 노동현장에서 만난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인연을 계기로 훗날 '시체육회 사무처장'까지 맡게 된다. 자신의 전공분야와 전혀 다른 곳에서 스타트를 새로 끊었다.
"공이라도 제대로 칠 줄 알아야 한다"며 테니스, 배드민턴을 배웠던 초임시절에서 어느덧 10년이 흐른 지금, 체육인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구두보다 운동화가 잘 어울리는 이 회장이 남은 2년 여의 재임기간 자신이 세운 목표를 어떻게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글 = 박진형 기자, 사진 = 인천시체육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