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 양의 추모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온라인상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 챌린지에 이어 그의 묘소를 찾아 추모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정인 양이 안치된 양평균 소재 묘소를 방문했다는 한 시민은 "가만히 집에서 우느니 한번 다녀왔다"면서 "음료수와 빨대를 두고 왔는데 처음으로 생긴 자기 물건을 보면서 아픔없이 행복하게 웃고 있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시민도 자신의 블로그에 "오전 일찍 다녀왔는데 (묘지에)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저뿐이라 조용히 기도하고 왔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정인이를 만나고 왔다는 인증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웃는 얼굴과 마지막날 어린이집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며 "정인이도 언니가 입던 옷만 입었을텐데, 새 옷 입고 하늘에서 이쁘게 지내라고 옷 한 벌 사서 인사하고 왔어요"라고 글을 올렸다.
이처럼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자, 검찰과 정치권은 사건 재조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했다.
전날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달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숨진 정인 양의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달 양모인 장모씨에게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살인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재감정의 주목적은 당시 사망에 이르게 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인으로 확인된 '등 쪽 충격'의 진상을 규명해내기는 어렵더라도, 가해진 충격의 정도가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살인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재감정 결과에 따라 검찰이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해 장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전날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도 법·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를 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에 "그동안 수많은 정인이가 있었고 그때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노라'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미안하고 미안하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노라, 부끄럽게 또 다짐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인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법·제도 정비는 물론 시스템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정치권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국가는 왜 필요하고 정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지자체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기신문 = 이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