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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정치인들, 왜 예능에 출연할까

정치인 홍보수단 된 예능…정책·공약 없이 인기투표 전락 우려
윤성옥 교수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게 국민들 미디어 능력 쌓아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가 유력한 정치인들이 잇따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지난 5일 나경원 전 의원은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방송 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나 전 의원은 방송을 통해 "작년 낙선 이후 국민과 거리가 멀어진다고 느껴져 (국민들과) 다시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오는 12일 '아내의 맛' 131회에 남편 이원조 변호사 등 가족과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야 할 정치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유는 뻔하다. 딱딱하고 시청률도 낮은 시사·토론 프로그램보다 가벼우면서 시청률까지 높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시민들과 소통하고 거리감을 좁혀 친근한 이미지를 보일 수 있는 효과적 기회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전부터 예능에 출연하는 시도를 했고, 실제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7년 당시 성남시장일 때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예능 프로에 얼굴을 비추며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문제는 관찰 예능에 나온 이미지가 실제 그의 본모습이냐는 점이다. 언론과 방송은 의도적으로 연출된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게 가능하다. 이 경우 정치인의 정책이나 공약은 사라지고 만들어진 이미지만 남게 되고, 선거는 인기투표가 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6일 논평을 내고 "특정 방송사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정치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주며 언론이 선거 시기 지켜야 할 중립성조차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20조 제1항에 따르면 "방송은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며 선거기간 후보자의 출연을 제한하고 있다.

 

민언련은 "TV조선 '아내의 맛'은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한 정치인을 섭외하여 출연시켜도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예능프로그램이 정치인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이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인의 허상에 속지 않고 분별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정치인 입장에서도 너무 과하면 대중들한테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정선을 찾을 것"이라면서 "국민들 스스로 정치인의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도록 미디어 능력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교수는 "이미지만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그것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인 언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이성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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