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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미나리’, 골든글로브 차별 벽 앞에선 ‘아쉬움’

 

재미교포 2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 부문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인종차별, 영어중심주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3일(현지시간) 제78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을 발표했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명되는데 그쳤다.

 

오는 3월 국내 개봉을 앞둔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낯선 미국 아칸소로 이민을 떠난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스티븐 연과 한예리, 윤여정이 출연했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인 플랜B가 제작했고, 정이삭 감독과 공동제작자이자 주연을 맡은 스티븐 연이 한국계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로 지명됐다. 이는 대사 중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구분하는 골든글로브의 규정 때문이다.

 

미국에 뿌리 내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고, 제작에 참여한 이들이 한국계 미국인인데도 영화 속 대화가 한국어로 이뤄진다는 이유로 인해 ‘미나리’는 영어중심주의 골든글로브 벽 앞에 가로막혔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 발표 직후 외신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LA타임스는 “‘미나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골든글로브 규정보다 더 낫게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도 “바보같이 보이게 했다”며 HFPA의 선택을 비판했다.

 

세계 영화산업 중심지인 할리우드는 그동안 비영어권 영화에 유독 배타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언어 장벽과 완고한 백인주의 벽을 깨며 해외 유수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 그 역시 한국영화가 지난 20년간 오스카 시상식에 입후보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은 지역 축제일 뿐”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비판의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흘러나왔다. 영화 ‘조커’로 2020년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아킨 피닉스는 당시 기쁨을 표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혼란스럽다. 대우를 받아야할 동료 연기자들이 나와 같은 특권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도 인종 문제에 속해있는 일부이며, 떳떳하지 못하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유색인종의 사람들에게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억압적인 구조를 제거하는 것은 차별을 만들고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문턱을 낮추면 외국작품 수상이 늘어날 수 있어 산업적, 국가적 차원에서 스스로 전통적인 원칙을 바꾸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보며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도 좋은 성과”라고 이야기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마치 가족과 닮았다며 ‘가족간의 사랑’에 빗대어 표현했다. 영화 속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메시지와 달리 해외에서는 아쉬움을 느낀 평가를 받았으나 ‘기생충’의 이어 한국영화의 명성을 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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