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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어르신의 '코로나 설날'…"제2의 전쟁이니 집에 있거라"

베트남전 참전유공자 이강현씨의 설 명절 풍경

 

"아버지말 잘 듣고 마스크 꼭 쓰고 다녀라. 전쟁아닌 전쟁이니 되도록 나가지 말고, 식구끼리 떡

국 끓여 집에 있거라."

 

지난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1년이 지났다. 올해 설날에도 귀성객들은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혔다. 2020년 11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3차 대유행으로 인해 명절 인사 풍속도 바뀌고 있다. 한 공간에 둘러 앉아 새해 덕담을 나누는 풍경은 줄고, 비대면으로 안부를 묻는 가족이 늘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노약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더욱 소외된 한 해였다. 수원에서 부인과 함께 거주하는 이강현(장안구·67)씨는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비대면 만남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강현씨는 초등학생 손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잠시, 이씨는 엄한 목소리로 코로나19 사태를 '제2의 전쟁'이라며 가족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통화에서 줄곧 전쟁이라는 단어를 반복한 이씨의 눈빛이 바뀌었다. 감염병 증상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말 없이 무공훈장을 꺼내 기자에게 보였다. 그는 월남전 참전유공자다.

 

1966년 2월, 해병대 174기로 입대한 이씨는 그 다음해 월남에 도착한 이후, 1968년부터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그날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이씨는 전투에서 4발의 탄환을 맞았다. 지금도 가슴 위쪽과 손목의 일부분이 수술 자국으로 패여 있었다. 

 

전우의 도움을 받은 이씨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 해병 야전병원에 이송됐다"며 "전투복이 벗겨지지 않아 간호사가 가위로 자른 기억이 난다. 수술이 끝나고 4일만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팔에 깁스한 상황에 몸이 성한 구석이 없었다고도 전했다. 

 

이씨는 고엽제 후유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월남에서 7함대 포사격으로 말라죽은 나무가 있었다"면서 "나중에 알고보니 근처에서 제초제를 뿌려서 빨갛게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피부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검붉은 반점이 곳곳에 있었다. 이마저도 항생제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증세는 더욱 악화된다.

 

 

그렇게 이씨는 상이군인(전투나 군사상 공무 중 몸을 다친 군인)대상자로 전역했다.

 

이씨는 한국에 돌아와 당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 취업했다. 정년퇴직 이후 대한상이군경회에서 상이군인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상이군경회 대의원과 수원시지회장을 역임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이군경회 수원시지회(2000여명)는 경기지역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씨는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공산군경(국내 임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한 군인이나 경찰)과 상이군경 모두의 참전명예수당 인상을 요구했다"며 "2013년부터 염태영 시장의 도움이 컸다"고 감사를 표했다.

 

작년에 예정된 보훈행사 대부분이 코로나19 탓에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집에만 계시면 적적하지 않냐는 질문에 이씨는 "원래 집 밖으로 자주 돌아다녔는데, 인터넷에서 코로나 증상을 알고나서 부터 절대 안나간다"며 "아직까지 전쟁아닌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수원시지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보훈단체가 전부 문을 닫는다"면서 "사람들을 한 번 봤으면 좋겠지만, 보훈지청에 오는것도 부담감이 크다. 다행히 우리 회원 중 확진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동안 집에만 있었는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전우들을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습니다. 또 얼굴을 마주보면서 수원시지회 지도위원회 회의를 하면 좋겠습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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