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이 후쿠시마 우물에 독을 타고 있는 것을 봤다."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뒤 일본 SNS에서 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허위 글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해당 글은 1923년 9월1일 발생한 간토(關東) 대지진의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 등의 유언비어가 돌면서 조선인 수천 명이 자경단 등에 의해 학살된 사건을 상기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에 따르면 학살된 조선인의 수는 6661명에 달한다.
일본 내에서는 그동안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인에 대한 악성 루머나 유언비어가 자주 등장했다.
지난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퍼트렸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재일 교포들에게 상처를 준 바 있다.
이같은 유언비어에 대해 일본 네티즌과 언론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이디 sak***는 "차별적인 발언과 장난은 결코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비난했고, kar***는 "트위터와 SNS에 이 같은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사람들의 계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재일 한국인 분들로서는 참을 수 없는 간토 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최저·최악의 차별 선동"이라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 유명 저널리스트인 쓰다 다이스케는 14일 자신의 SNS에 "악질적인 차별 선동, 신고합시다"라며 가짜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온라인 매체 리테라(LITERA)는 이날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트윗은 완전한 사기"라며 "이러한 발언이 방치되면 간토 대지진 당시와 같은 대량 학살이 또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토 대지진에서 일어난 한국인 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일본 일간지 마이니치 신문도 "지진에 대해 차별적 발언과 장난, 불확실한 정보가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퍼지고 있다"며 "재해 때마다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문제의 게시글과 트위터 계정은 현재 삭제된 상태이다.
[ 경기신문 = 이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