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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말고 꿈을 잃지 마세요"…시각장애인 김동현 판사, 고교생에 화상강의

 

"제가 포기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었을까요?"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중증 시각장애인 김동현(39·변호사시험 4회) 수원지법 민사합의부 판사가 경기도교육청 '꿈의 대학' 화상 강의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처럼 말했다.

 

김 판사는 1시간가량 강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을 잘 밀고 나가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언젠가는 기회를 잡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김 판사는 최영(40·사법연수원 41기) 부산지법 판사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시각장애인 판사다. 그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2년 5월 의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이 같은 우여곡절에도 김 판사는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김 판사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앞이 보이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시각장애인 판사도, 변호사도 있었다. 그분들이 해냈기에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품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1년 여가 지나서야 겨우 복학했지만, 시각장애인에게 법률 공부는 녹록치 않았다.

 

점자에 익숙치 않은 탓에 책을 음성 파일로 변환해 청각에만 의존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눈으로 읽고 공부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아예 파일을 구할 수 없을 때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김 판사는 "공부를 하는 것 보다 공부를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며 "필요한 서적을 구하게 되면, 어렵게 얻은 책이니만큼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까지는 노력에 비해 욕심이 많아 불안했던 것 같다"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욕심을 버리고 하나씩 이뤄갈 때 느끼는 성취감으로 공부를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김 판사의 어머니가 매일 차로 통학을 함께 했고, 수업을 오가거나 식사를 할 때면 학우들이 발벗고 나섰다. 그는 이 같은 주변의 도움 없이는 공부를 마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판사는 결국 2015년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이후 서울고법 재판연구원으로 2년간 근무하고,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에서 변호사로 3년간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신임 법관에 임용됐다.

 

김 판사는 올해 3월 수원지법 판사로 첫 부임을 했다. 그가 속한 민사14부는 의료와 지식재산권을 담당하는 재판부다.

 

그는 "법원에서 많은 도움을 줘 무리 없이 일하면서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면서 "아마 도중에 꿈을 포기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수원지법은 김 판사의 업무를 돕기 위해 속기사 2명을 새로 채용했다. 이들은 재판 관련 기록을 문서 파일로 바꾸는 일을 한다.

 

김 판사는 문서 파일을 음성변환 프로그램의 10단계 속도 중 가장 빠른 단계로 설정해 들으면서 남들 보다 조금 특별하지만, 끊임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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